▲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하반기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속 노동자의 목소리는 지워졌다. 언론과 국민의 관심은 자연스레 국회와 헌법재판소로 쏠렸다. 국회가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면서 정국 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탄핵 이후 새로운 사회를 바라며 여전히 싸움을 지속하는 노동자와 유족들이 있다. 노동자·언론인 블랙리스트 논란과 연이은 과로 산재로 ‘죽음의 기업’이 된 쿠팡이 29표로 공동 12위에 올랐다. 유통업계 1위를 기록하고 연 매출 30조원을 넘어선 쿠팡의 성장은 창립 14년 만에 이뤄졌다. 로켓 같은 쿠팡의 성장 이면에는 “개처럼 뛰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숨진 쿠팡 택배기사의 노동이 자리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언론에 보도된 쿠팡 사망 노동자는 약 20명이다. 쿠팡은 기자와 노동자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취업을 제한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쿠팡 산재 사망 유족은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청문회를 열어 쿠팡 경영진을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농성 소식은 21표로 공동 14위를 기록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11월13일부터 거제도 옥포조선소 안 선각삼거리에서 임금체불 해소를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2022년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며 좁은 쇠창살 감옥 속 스스로를 가뒀던 유최안 당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선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의 물음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셈이다. 탄핵 정국 속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의 노숙과 파업은 한 네티즌에 의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되면서 하루 만에 후원 400건을 기록했다. 이김춘택 지회 사무장은 “남태령에서의 뜨거운 연대가 우리에게도 불똥을 튀겼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1년 가까이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여성노동자의 싸움도 18표를 받았다. 공동 16위다.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38)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41) 조합원은 올해의 인물 6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2022년 10월 화재를 이유로 법인을 청산했다. 지회가 노동자 동의 없는 폐업과 희망퇴직을 거부하자 해고됐다.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지난해부터 농성을 시작했고, 올해 1월에는 공장 옥상에 올랐다. 고공농성이 1년에 가까워지면서 두려움과 고민이 커졌다. 계엄 선포 당일인 3일 오전 우원식 국회의장 등과 화상면담을 마친 뒤 국회 도움을 기대했지만, 내란사태 이후 무너졌다. 그래도 1년 넘게 그들을 찾아준 연대의 마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내란사태 이후 바라는 것이 생겼다. 두 여성노동자는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외국인투자기업이 한국 국민을 고통에 빠뜨리지 않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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