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정년연장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내 입법안 마련을 마무리짓는 동시에 당정대(당·정부·대통령실) 협의 방식으로 세대간 상생대책 마련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노사실무·청년TF 동시 가동
입법안·상생대책 ‘두 마리 토끼’ 잡기
25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다시 한 번 구체적인 정년연장안을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민주당,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12월이 목전에 닥친 상황이라, 당은 연내 입법보다는 ‘입법안 마련’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전언이 나온다.
민주당은 법정 정년연장의 시점과 방법은 당 정년연장특위를 통해 논의하고, 세대 간 상생대책 마련은 새로운 논의기구를 둘 방침이다. 특위 산하에 청년TF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최근 초동모임을 가졌다. 당 청년위원장인 모경종 의원이 위원장을 맡는다.
청년TF 초동모임에는 당 청년위원회부터 정부부처 청년담당 공무원, 대통령실이 참석했다. 당정대가 모두 TF에 들어갔다. 수렴된 의견에 대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대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TF의 활동기간도 연내다. 연내에 법정 정년연장 입법안과 세대간 상생대책을 함께 정리하려는 계획으로 보인다.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짧은 TF에 대통령실을 포함시키며 힘을 실었다.
“노사합의는 회피전략” 발언 수위 높인 한국노총
정청래 “재고용 결합 입법 추진” 연내 입법엔 ‘침묵’
정년연장과 관련한 당내 협의체가 지난 4월부터 운영돼 왔지만 뚜렷한 소득이 없었던 만큼 노동계의 압박이 거세다. 이날 오후 한국노총에서 열린 민주당-한국노총 2차 고위급정책협의회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정년연장에서 노사합의라는 명분은 듣기에 좋아보여도 실제로는 시간을 끌기 위한 회피전략에 불과하다”며 “당과 정부가 책임있게 구체적인 정년연장안을 제시해야 하고 연내 반드시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다릴 만큼 기다린 한국노총이 정부와 여당의 결단을 촉구한 격이다.
입법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고령화·인구감소 영역에서 정년연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 과제가 됐다”며 “우리 당 정년연장특위에서 정년연장과 재고용을 결합한 입법 및 지원방안 마련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년연장과 재고용 결합을 강조하며 기존에 목표로 잡았던 연내 입법화는 모두발언에서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다. 연내 입법화가 어렵다는 점을 시인한 게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입법안 초안은 다음주 예정된 정년연장특위 노사실무TF 자리에서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온다. 특위는 지난 3일 본의원회 이후 공식적인 만남을 갖지 않았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민주당이 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민주노총은 이미 법정 정년연장 논의가 늦었다는 입장”이라며 “다음주쯤이면 정부 혹은 여당의 안이 나올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정년 뒤 연금없는 인구’ 감소가 관건
민주당 타협점 ‘재고용 방식’도 쟁점
노동계가 급한 불로 여기는 소득 크레바스(공백)를 얼마나 줄일지부터 민주당이 타협점으로 내놓은 재고용의 방법까지 조율해야 할 쟁점은 남아있다. 9월 민주당쪽은 현행 60살인 법정 정년을 2029년부터 3년마다 1년씩 늘려 2041년 65살로 연장하는 안을 내놨고, 노동계의 반대 속 무산된 바 있다.
첫 번째 쟁점은 정년연장의 시작과 끝이다. 현행 국민연금 수급개시 연령은 63세다. 이 연령은 2033년 65세로 늘어난다. 지금의 정년인 60세로 2033년을 맞을 경우 소득과 연금 없는 구간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생긴다. 노동계가 최소 2033년까지 법정정년을 65세로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정년연장을 빨리 시작하고 2033년에 가깝게 완료할수록 정년 이후와 연금 수급 개시 사이 ‘무소득’ 구간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민주당이 9월 제시했던 안도 법정 정년연장과 재고용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법정정년은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늘리되 65세까지는 재고용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열자는 것이다. 정청래 대표가 이날 재고용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두 번째 안도 이 뼈대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고용 방법인 선별고용 여부 등이 다시 화두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위 공익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장은 “정년연장을 언제 시작해 언제 끝내느냐에 따라 고령자들의 운명이 갈리는 만큼 시작연도와 종결연도가 중요하다”며 “퇴직 후 재고용을 택한 일본은 희망자 모두에게 재고용 기간을 보장하고, 중도해고를 금지하는데 이런 보완조치까지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한님·임세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