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센터는 헬스트레이너에게 회원 개인강습(PT) 외에 여러 업무를 지시하고,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을 하면서도, 계약서에 겸직·3자 고용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조항을 넣거나 개인사업자 지위 확인서 서명 요구 같은 편법으로 사업주 책임을 회피합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은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까지는 대등한 당사자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냐’며 (개인사업자) 계약서를 작성한 제게 책임이 있다고 합니다.”
헬스트레이너 “청소 도맡고 강습비도 센터가 받는데”
헬스트레이너로 15년을 일한 정아무개씨는 2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부에 근로자성을 인정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재진정이다. 그는 1월30일 피트니스센터 대표를 상대로 밀린 퇴직금 등을 달라며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서부지청은 정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며 종결 처리했다. 정씨가 강습 외에도 청소 같은 부수적 업무를 수행하고, 매출 관련 보고나 회의 참석을 요구받고, 고객이 강습비를 피트니스센터 카드 단말기로 결제한 사실이 있지만 지속성이 불투명하다며 묵살했다. 그러면서 개인강습에 대해 “재량에 따라 업무 수행 여부와 일정을 결정하고 업무수행 방식도 별도로 정해진 게 없어 독자적 기술과 판단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다”며 개인사업자라고 못박았다.
전문가들은 서울서부지청이 안이하게 판단했다고 비판했다. 하은성 공인노무사(샛별노무사사무소)는 “개인강습 외 부수 업무를 대가 없이 수행한 사실이 중요함에도 의미를 축소했고, 사업장 단말기로 결제했다는 것은 독자적 사업 수단이 없어 독립사업자성이 부정돼야 하는 징표이나 무시하고 지난해 대법원의 헬스트레이너 근로자성 인정 판례마저 묵살했다”고 비판했다.<본지 2023년 3월8일자 “헬스트레이너 ‘설움’ 풀었다, 대법원 “근기법상 근로자””기사 참조>
이날 진정에는 정씨 말고도 노동자에도 프리랜서 계약 체결 등으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콜센터 교육생 노동자 130명과 헬스트레이너·외주제작사 방송작가 등이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 4월 유튜브 기획자와 콜센터 교육생의 근로자성 인정을 이끈 1차 진정 이후 두 번째다
사용자 찾아달라는 847만명 외침, 외면하는 정부
정부의 책임이 지적된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윤석열 정부가 노동약자라고 부르는 이들은 실은 오분류된 노동자로, 이들이 바라는 것은 국가가 나서서 사용자를 찾아 떼인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고쳐 달라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여기에 국가가 지원을 해줄 테니 사용자는 찾지 말라는 엉뚱한 답만 내놓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국세청 조사에 인적용역 사업소득 원천징수 대상 인원은 847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고용관계 없이 노무를 제공하고 소득을 얻는 이들로 근로소득세가 아닌 종합소득세 3.3%를 낸다. 근로기준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등의 보호에서 사각지대에 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프리랜서 근로계약서·개인사업자 지위 확인서 같은 진정 당사자 계약서만 보더라도 말도 안 되는 위법이 횡행한다”며 “윤석열 정부는 노동약자를 호명하지만 실상은 노동자를 노동법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