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에게 적정 운임을 보장해 과로·과속·과적을 막는 안전운임제가 지난해 1월 없어진 지 1년 반. 화물운송시장에서 최저임금제 역할을 했던 안전운임제가 사라지자 화물노동자들은 초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내몰렸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일몰 뒤 화물노동자 노동조건 변화를 관찰한 실태조사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했다. 화물노동자들은 제도가 없어진 뒤 과속과 과로가 늘고 과적이 재발했다고 증언했다. 질서가 사라진 화물운송시장에서 정부가 안전운임제 대신 추진하려는 표준운임제는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도로를 공유하는 모든 플랫폼 노동자에게 안전운임제를 보장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일까. <매일노동뉴스>가 안전운임제와 표준운임제를 둘러싼 쟁점을 살펴봤다. <편집자>
“최저기준 시행으로 운임과 안전 및 노동조건에 대한 바닥을 향한 경쟁이 종식될 것입니다.”
호주에서 폐지됐던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부활시키는 법안이 8월26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토니 쉘든 호주 상원의원은 <매일노동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공정근로법 개정안(Fair Work Legislation Amendment) 시행으로 기대되는 효과를 설명하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화물노동자에게 적정 운임이 보장되지 않으면 장시간 운행, 과속 등으로 이어져 도로 위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안전운임제는 시행(2020~2022) 3년 만에 사라졌다. 화물노동자들에게 사실상 최저운임 역할을 한 일종의 보호장치가 사라지면서 현장은 ‘무법지대’가 됐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 당시 제도 도입 이후 사고 위험이 줄었는지 확실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현재 화주 책임을 삭제한 표준운임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매일노동뉴스>는 호주에서 안전운임제 부활을 이끈 토니 쉘든 의원과, 20년 넘게 화물노동자의 안전문제를 연구해 온 마이클 벨저 미국 웨인주립대 교수(경제학)를 각각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인터뷰이 소통과 번역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기획실 도움을 받았다. 쉘든 의원은 2006년부터 호주 운수노조 사무총장으로 일하다 뉴사우스웨일스주 상원의원(노동당)으로 당선됐다. 1970년대 약 10년간 화물노동자로 일했던 벨저 교수는 도로운송운임-도로안전 상관관계를 연구해 왔다.
호주 안전운임제 사라지자
도로운송산업 사망도 파산도 ‘증가’
호주는 주 단위로 안전운임제를 시행하다 2012년 연방 정부가 전국 차원에서 안전운임제 도입을 본격화했다. 도로안전운임법에 따라 도로안전운임위원회가 운영되기 시작했고 2016년 4월 비로소 시행됐다. 그런데 같은해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시행 2주 만에 폐지되고 말았다.
토니 쉘든 의원은 호주 도로운송산업 자체가 사망사고가 높은 데다 저가경쟁에 따른 운송사 파산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3년 최소 54명의 화물노동자, 4명의 플랫폼 노동자가 일하다 사망했다”며 “화물차 사고로 인한 177명 사망자와 수천 명의 중상자에 추가되는 수치”라고 밝혔다. 또한 “도로운송사업은 호주에서 파산율이 가장 높은 산업 중 하나로 2022~2023년에만 367개 회사가 청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가 사라지면서 도로 위 안전은 더욱더 위협받았고 ‘긱 경제(gig economy)’ 부상으로 인해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됐다고 덧붙였다. 쉘든 의원은 “2016년 도로안전운임심사위원회를 폐지했을 때 이를 대체할 다른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며 “그 결과 도로운송산업에서 사망, 중상 및 회사 파산은 계속 증가했고 긱 경제가 부상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화주단체와 운송사들의 반대는 없었는지 물어보니 쉘든 의원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답했다. 그는 “새로운 법은 호주 도로운송산업기구(ARTIO), 전국도로운송협회(NatRoad), 전국도로화물운송협회(NRFA) 등 도로운송 사업자단체 및 자영업자협회의 지지를 받았다”며 “두 개의 최대 슈퍼마켓 소매업체를 포함한 주요 화주사들의 지지도 받았다”고 답했다. 이어 “사용자들은 공정하고 안전한 경쟁의 장을 원했고, 일반 국민은 옆 차에 내 가족이 타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화물노동자가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각지대 해소법’으로 플랫폼 노동자까지 보호
위반시 과태료 최대 1억7천만원
개정 공정근로법의 핵심 내용은 2016년 폐지된 안전운임제를 부활시킨 것이다. 독립기구인 공정근로위원회(Fair Work Commission)는 도로운송산업에서 최저기준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다. 노·사·정 가운데 한 곳이 신청하거나, 위원회 직권으로 운임과 노동시간 등에 관한 최저기준을 정할 수 있다. 최저기준 명령 위반시 개인에게 최대 60 페널티 유닛을, 심각한 위반일 경우 최대 600 페널티 유닛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1 페널티 유닛은 313호주달러(2023년 7월 이후 기준)로 600 페널티 유닛은 한화로 1억7천300여만원이다.
쉘든 의원은 “중요한 점은 (공정근로)위원회가 도로운송 계약 사슬(체인) 전반에 적용하는 최저기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돼 경제적 힘이 가장 큰, 공급망 최상위에 있는 화주기업이 책임을 지도록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개정법은 화물노동자뿐만 아니라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위원회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일감을 받아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노동조건 최저기준도 정할 수 있다. 쉘든 의원은 “(개정법을 통해) 플랫폼 노동자와 도로운송 계약자(특수고용직)에게 단체교섭권과 부당해고(계약 해지)에 대한 항소권을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개정법이 ‘Closing Loopholes Act’ 일명 ‘사각지대 해소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화주-운송사-차주 다단계 구조에서 “화주 규제 필수”
화주-운송사-차주 다단계 구조에서 화주-운송사 간 적정 운임을 강제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표준운임제’는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쉘든 의원은 “화주를 포함하지 않으면 운송회사는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된다”며 “운송사와 화물노동자는 계약을 따내기 위해 위험한 관행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낮은 비용→낮은 운임→낮은 안전’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운수노조에서 일할 때 화물노동자와 운송사에 대한 과도한 압박으로 인해 발생한 끔찍한 사고를 여러 번 목격했다”며 “(운송)계약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는지가 아니라 사업적 실력으로 딸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벨저 교수는 화주가 지불하는 운임을 규제하지 않으면 규제 효과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도로운송산업의 중요한 특징은 화물차 기사가 모두 독립계약자라는 점인데, 이러한 제도에서는 화주가 지불하는 운임이 모든 결과를 좌우한다”며 “공급망 거래에서 힘의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그 규제는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표준운임제) 규제의 효과는 화물차주와 화물차주의 노동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따라서 안전과 건강 결과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로·과적 단속보다 ‘최저운임’ 보장이 가장 효과적 규제
벨저 교수는 화물노동자가 ‘적정 수입’을 받으면 노동시간이 줄고 사고율도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2018년 발표한 ‘왜 화물기사는 극단적으로 오래 일하는가’ 논문을 보면 미국 화물차 장거리 운전자 233명은 운임이 마일당 30센트(1997년 물가 기준)일 때까지 주 69시간 수준의 근무를 유지하다 운임이 그 이상으로 더 높아지자 노동시간이 줄기 시작했다. 마일당 운임이 39.5센트에 이르자 노동시간은 주 60시간까지 줄었다. 벨저 교수는 “보수율(rate of pay)이 매우 낮으면 화물노동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맡고 더 장시간 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자인 그는 ‘운임’을 규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벨저 교수는 “안전 개선에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일하는 사람들의 인센티브를 바꾸고 그들의 일을 통제하는 경제적 요인을 바꾸는 것”이라며 “미국에서는 단속에 막대한 돈을 쓰고 있지만 사고가 줄어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지입차주는 비정상적으로 장시간 일하고 안전·건강에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으며 이는 도로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린다”면서 “경제가 효율적으로 돌아가려면 모든 비용과 혜택이 사업 거래에 ‘내부화’되도록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송계약의 가격에 안전비용 같은 모든 사회적 비용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의미다.
어고은·정소희 기자





잘하고 있는것도 없애는 전 국토부장관 원희룡후보 당대표출마 하지마세요
본인의 입으로 말한 표준운임제도 하다가 말고 지입차 넘버 사업자에게 넘겨준다 말만하고 뻥치는게 청책인가싶네요 그것만 봐도 원후보는 정치하지마세요
화물차노동자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운수노조도 대한민국 국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