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촉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진행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위원장 김동국)는 11일 오후 국회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실효성 있는 안전운임제를 연내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결의대회에 참가한 100명의 화물노동자는 전동 바리캉을 들고 직접 자신의 머리를 깎으며 결의를 다졌다.
“안전운임제 일몰 후 현장 운임 너무 떨어져”
김동국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우리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여주고자 한다”며 “안전운임제 법안은 민생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삭발식에 나선 노동자들은 절박한 심정을 토로했다. 노조 전북지역본부 김상식(49) 전주지부장은 “10년째 화물노동자로 살고 있지만 운임은 10년, 20년 전이나 똑같다”며 “특히 안전운임제 일몰 후 현장 운임이 너무 떨어져 안전운임제가 다시 부활하길 바라며 삭발식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포항지역본부 조직국장인 임상동(58)씨도 “이제 화물 일을 한 지 5년째인데 지금까지 했던 어떤 일보다도 (화물노동이) 열악하다고 느낀다”며 “안전운임제가 되면 사고도 줄고 운임도 늘어나니 내가 맡은 철강도 안전운임제가 되길 바라며 머리를 깎았다”고 밝혔다.
2020년부터 2년간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시멘트·컨테이너 운송 화물노동자에게 일종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제도였다. 화주가 운송사에게, 운송사가 화물노동자에게 주는 임금의 기준을 정해 이를 어기면 화주나 운송사에게 과태료를 물었다. 노동자에게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속·과적을 할 유인을 없애자는 취지였다. 운임상승과 노동시간 절감을 체감한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을 확대하고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기를 원했지만 윤석열 정부와 국회는 끝내 2023년부터 제도를 폐지했다.
13일 국토위 상정
안전운임제 5개 법안 병합심사될까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빈자리를 표준운임제가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여당 소속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표준운임제를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 핵심은 화주가 운송사에 지급해야 할 운임 수준을 규제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상 화물노동자에게 적정 운임이 지급되기 어려운 구조다.
더불어민주당은 일몰 기한 없이 안전운임제를 재도입하는 이연희 의원의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이 밖에도 △운임 기준을 논의하는 안전운임위원회 활동의 투명성을 보장한 홍기원 민주당 의원안 △철강·일반화물을 시작으로 매년 품목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황운하 조국혁신당·윤종군 민주당 의원안 △5개 품목을 확대 적용해 가장 넓은 범위인 윤종오 진보당 의원안이 안전운임제 관련 법안으로 발의됐다.
이 법안들은 13일 열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후 소위원회에 회부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19일 국토교통위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현재 발의된 법안 모두가 병합심사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를 단순히 재도입하는 것을 넘어 일몰 기한을 없애고, 차종과 품목을 확대할 뿐 아니라 안전운임위원회의 공정한 구성 등까지 목표하고 있다. 본부 조합원 400여명은 이를 위해 13일까지 국회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한편 본부는 이날 오전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장 설치를 시도했으나 경찰에 의해 저지당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