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노사상생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한 상생형 지역일자리 곳곳에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1호 상생형 지역일자리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서는 ‘저임금 무권리 일자리’라는 노동자 불만이 제기되며 올해 연이어 노조가 결성된 뒤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구미형 일자리 LG-HY BCM에서는 지난해 공장 준공 이후 노조가 곧바로 설립됐다. 안정적 노사관계 정착을 위한 노사민정협의회·갈등조정위원회 같은 기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구미형 일자리 LG-HY BCM은 공장 준공 이후 9개월여가 흐른 현재까지 노사민정 상생협약 주요 내용에 포함됐던 노사 갈등조정위원회가 설치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상북도·구미시와 LG BCM(현 LG-HY BCM)은 2021년 11월 노사민정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2019년 체결한 협약을 수정·보완하며 2년여 만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것이다. 상생협약에는 △적정 근로조건과 적정임금 실현에 협조 △지역인재 우선 채용 및 상생협력기금 조성 △노사분규 최소화 및 상생형 일자리 협의체 가동 △갈등조정위원회에 노사 참여가 포함됐다. 그런데 갈등조정위원회 구성은 물론이고 구체적인 로드맵도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구미시 경제산업국 일자리경제과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협약의 주요 이행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에 주기적으로 보고한다”며 “갈등조정위원회 설치는 공장이 지난해 8월에 (준공)됐고, 생산은 올 1월부터 하기 시작한 점을 감안해 미뤄진 것으로 보인다. 협약 이행이 부진한 부분에 대해 계속 체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지역인재 채용한다더니 80%가 타지역 사람”

지역인재 우선 채용이나 모기업 LG화학 수준의 임금 및 근로조건 보장 등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LG-HY BCM 노동자들은 모회사-자회사 간 차별 해소와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화섬식품노조 LG-HY BCM지회(지회장 유연동)를 결성했다. 유연동 지회장은 “직원 80%가량이 타지역 사람으로 채워져 애초 취지부터 퇴색된 측면이 있다”며 “LG화학에서 이직한 직원의 경우 월세 지원금(50만원)이 지급되는데 자회사에 바로 입사한 직원에게는 이러한 복지 혜택이 없다”고 주장했다.

갈등조정위원회가 가동되지 않으면 사내 다른 협의기구라도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노사협의회 운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회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6월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거 당시 노사협의회는 생산기술직군을 대변하고 사원협의체는 사무기술직군을 대변한다는 내용이 사내 인트라넷에 공지됐다. 하나의 사업장에 직군별로 두 개의 노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지회는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로자참여법) 위반이라며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LG-HY BCM 노사는 올 초부터 교섭을 시작했지만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일까지 14차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진행했는데 양측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조합활동, 사무실 제공 등이 쟁점이다. 지회는 고용안정위원회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및 운영을 단협에 명시하도록 요구했지만 사측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회는 크고 작은 산재사고 발생으로 산재예방에 노사가 좀 더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3월21일 직원 A씨가 설비에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손톱 봉합수술을 한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승인을 받았다.

 

광주형 일자리도 논란
“적정임금 아닌 저임금 일자리”

1호 상생형 일자리로 출범한 광주형 일자리도 상생협약 미이행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적정임금)을 주는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거, 교육 등 지원을 통해 이른바 ‘사회적 임금’을 보장하기로 한 모델이다. 그런데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올해 입사자 평균 연봉은 2천830만원으로 출범 당시 약속한 평균 초임 연봉 3천5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광주시가 지원하는 주거비(월 27만2천원)를 감안해도 ‘적정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민정협의회도 형식적 기구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달 22일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광주형일자리의 현재와 미래 토론회’에서 박상훈 전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GGM 공장이 본격 가동된 이후에 열린 6기 노사민정협의회(2021년 8월~2023년 8월)가 임기 2년 동안 4차례밖에 열리지 않은 점, 3개의 안건만 처리한 점 등을 근거로 협의·심의기구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25명 위원들이 지자체 행정 관료가 주도하는 회의에 1년에 2회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회의비를 지급받는 것이 노사민정협의회의 실제 역할”이라고 꼬집었다.

잇따라 결성된 뒤 금속노조 가입을 결정한 1노조·2노조는 조만간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할 예정이어서 GGM 노사관계 향방이 주목된다. 금속노조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준)는 지난달 20일 단체교섭 요구안 설명회 및 공청회를 열었다. 라인수당, 정기상여금 신설 등 임금체계 개편안과 휴대폰 수거 등 현장통제 중단을 담은 별도 요구안을 논의했다. 지회(준) 조합원들은 5월20일부터 휴대폰 반납을 거부하기로 결의하기도 했다. 최환희 지회 준비위원장은 “이달 중으로 교섭 상견례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