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광역시

국내 1호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으로 설계된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역사적 평가의 갈림길에 놓인 형국이다. 노사민정이 힘을 모아 지역 경제의 미래를 설계한 사업이 될 것인지, 적정 임금·노동시간과는 거리가 먼 ‘저임금 고강도 자동차 공장’의 출현으로 남을 것인지 기로에 섰다.

“현대차, 책임은 안 지고 주도권만 행사”

한국노총·광주시·광주광역시의회·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은 22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5·18 광주민중항쟁 44주년 기념 광주형 일자리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어로 내건 토론회를 공동주최했다. 광주형 일자리 합의 당사자인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의장 윤종해)가 토론회를 주관했다. GGM에서의 노조 출현으로 수면에 떠오른 광주형 일자리의 위기·현실을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현대자동차 경형 SUV 캐스퍼를 생산하는 GGM은 노사민정 합의로 2019년 9월 출범했다. 발제를 맡은 박상훈 전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광주형 일자리는 일종의 ‘선도 모델’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정의했다. 지역 노동시장 구조, 대립과 갈등 중심의 노사관계를 변화시키겠다는 목표로 사업이 시작됐다는 얘기다. 원-하청 관계 개선과 사회통합 의제까지 포괄해서 다루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중앙정부 차원의 첫 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사업의 한 축인 현대차는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광주형 일자리나 GGM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박 전 초빙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일관되게 보여 준 것은 ‘노동 측과는 교섭도 대면도 하지 않는다’는 것, 사업의 책임은 광주시와 GGM이라는 태도였다”며 “책임을 질 의사는 없지만 GGM 운영과 생산에 대한 실질적인 주도권은 행사하고자 하는 것이 현대차의 생각일 것이다”고 평가했다.

동종업계 임금 절반, 고강도 노동 ‘악명’
“광주시·GGM, 노동자·시민과 소통해야”

한국노총·광주시·광주광역시의회·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은 22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5·18 광주민중항쟁 44주년 기념 광주형 일자리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한국노총>
▲ 한국노총·광주시·광주광역시의회·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은 22일 오후 광주시의회에서 ‘5·18 광주민중항쟁 44주년 기념 광주형 일자리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 <한국노총>

 

출범 5년 만에 GGM은 동종 업계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 작업 투입률 90%를 상회하는 노동강도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박 초빙연구위원에 따르면 대졸 입사 4년 차 기술직은 통상임금·연장근로수당 등을 합해야 연 3천500만원을 받는다. 고졸 기술직은 3천만원 수준이다. 이런 노동조건은 최근 노조의 행보로도 드러난다. 기업노조로 출범한 광주글로벌모터스노조(1노조)·GGM노조(2노조)는 최근 금속노조로 조직형태를 변경했다. 두 노조는 사측의 ‘불통과 통제’를 산별노조 전환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들은 조만간 노조 광주전남지부 광주글로벌모터스지회로 통합된다.

박 초빙연구위원은 광주형 일자리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한 2기 기획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까지 현대라는 대기업이 원하는 바를 얻었으니 이제는 지역이 그 혜택을 볼 차례이고, 기업하기만 좋게 하는 것이 광주형 일자리가 아니라면 이제 기업도 책임 있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상생의 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며 “노사가 상생하는 사업을 지속하면서도 노동자도 자유롭고 평등한 권리를 갖는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회에는 박미정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의원, 오주섭 광주경실련 사무처장, 지병근 조선대 교수(정치외교학), 이재헌 GGM 상생협의회 근로자위원, 유미현 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연구위원이 광주형 일자리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오주섭 사무처장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책임경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이사제 등 노동계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광주형 일자리를 당초 취지에 맞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광주시와 GGM 경영진이 절실한 마음을 가지고 초심으로 돌아가 노동계·광주지역 시민사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종해 의장은 인사말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의 일자리도 양질의 일자리로 만들고 광주가 새로운 혁신과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지역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지역 혁신 운동이자 상생과 연대, 그리고 미래를 함께 만들자는 취지와 원칙을 다시 확인하자”고 말했다. 광주형 일자리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 노사민정이 다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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