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서울지부 자동차판매연대지회

현대자동차 경형 SUV ‘캐스퍼’가 온라인 판매 첫날 1만8천940대 사전예약 접수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캐스퍼를 시작으로 완성차업계가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동차 판매노동자들의 일감 축소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기아차 이어 현대차, 온라인 판매 두고 노사 마찰”

현대차가 국내시장에서 신차를 온라인으로 판매한 것은 캐스퍼가 처음이다. 현대차 공장이 아닌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위탁 생산했다는 이유로 노조와 사전 합의 없이 결정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판매위원회(의장 이용수)가 반발하자 노사는 이달 초 ‘GGM AX 판매 관련 특별노사협의’를 열어 “회사는 AX(캐스퍼) 이외 차종에 대한 판매방식(온라인 판매 등) 변경시 노동조합과 충실히 협의하고 재직 중인 직원들의 고용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용수 의장은 23일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판매노동자의 생존권이 담보되지 않은 온라인 판매는 결사 반대”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현장노동자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판매위원회 11개 지회장은 공동성명을 내고 “인터넷판매가 확대된다면 직영조합원의 인원과 거점도 자연스럽게 축소될 것이 뻔하다”며 “이번 합의는 이런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11개 지회는 “지회장들이 모두 (합의에) 반대한 만큼 조합원총회를 실시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조합원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기아차 노사도 지난 3월 전기차 EV6 온라인 사전예약을 둘러싸고 홍역을 겪었다. 회사가 “양산되는 차종의 판매권(통신판매 포함)을 이양할 때는 노사 의견을 일치해 시행한다”는 취지의 단체협약(48조2항)을 어기고 온라인 사전예약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판매지회(지회장 김진성)는 1인 시위 등을 하며 반발했고 결국 온·오프라인 동시 사전예약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김진성 지회장은 “온라인 판매를 노조 합의 없이 하지 못하도록 하는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특수고용직 카마스터는 대화도 못해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장기적으로 확산할 수밖에 없다면 노사가 머리를 맞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진성 지회장은 “산업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온라인 판매가 확산하면 판매노동자 일감이 줄 수밖에 없다”며 “직무 다각화, 다변화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차지부 판매지회의 경우 2019년 2월 노사 협의체인 ‘판매장기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올해 초 “판매·거점·인력·직무다각화”라는 큰 틀의 의제를 선정해 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대리점에서 일하는 카마스터는 더 막막한 상황이다. 완성차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자동차 판매지점이 아닌 대리점에서 일하는 카마스터는 특수고용직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았지만, 교섭 대상은 현대·기아차 같은 완성차(원청)가 아닌 대리점주다. 온라인 판매 정책결정 과정에서는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선영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 통합지회장은 “원청은 교섭을 요구해도 무대응으로 나온다”며 “투쟁도 쉽지 않아 답답하다”고 전했다. 그는 “캐스퍼 온라인 판매는 시작에 불과하다”며 “캐스퍼 판매 과정에서 경험을 쌓고, 마케팅 전략이 생기면 결국 온라인 판매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판매연대지회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국내사업본부 앞에 “판매노동자 다 죽는다. 캐스퍼 온라인 판매 즉각중단!”이란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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