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참패와 진보당 약진. 6·1 지방선거에서 진보진영이 받아든 성적표다. 민주노총과 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의 ‘진보단일후보’ 실험도 미완의 과제를 남겼다.
당선자 9명 그친 정의당, 지도부 총사퇴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191명 출마자 중 9명(4.7%), 진보당은 178명 출마자 중 21명(11.8%)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각각 7명과 17명이 출마한 노동당과 녹색당은 당선자를 한 명도 내지 못했다.
거대 양당에 이어 3당으로서 지위를 다져왔던 정의당은 충격에 휩싸였다. 당선자 9명 중 비례 3명(광역 2, 기초 1)을 빼면 지역구(기초) 6명에 그쳤다. 4년 전 지방의원 35명을 배출했던 것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광역단체장 7명, 기초단체장 9명이 출마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여영국 경남도지사 후보 4.01%, 이정미 인천시장 후보 3.17%에 그쳤다.
진보당은 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을 비롯해 광역(지역구) 3명, 기초(지역구) 17명 등 현재 지방의원 10명에 비해 두 배 넘는 21명의 당선자를 냈다. 정천석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퇴로 천기옥 국민의힘 후보(45.16%)와 맞대결한 김종훈 후보(54.83%)가 승리했다. 반면 정당득표율 5% 이상 얻어야 당선되는 비례의원은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진보단일후보’ 교육감 제외 8명 당선 머물러
‘진보단일후보’ 성적표는 어떨까. 애초 기대했던 ‘바람’은 일으키지 못했다. 모두 231명의 진보단일후보가 출마했으나 정당인이 아닌 교육감 후보(7명)를 뺀 224명 중 진보정당 당선자는 8명(3.6%)에 그쳤다. 정의당 2명(윤민섭 강원 춘천시의원·김종호 인천 동구의원), 진보당 6명(김종훈 울산 동구청장·최나영 서울 노원구의원·강진희 울산 북구의원·박문옥 울산 동구의원·윤경선 경기 수원시의원·송윤섭 충북 옥천군의원)이다. 진보단일후보로 나선 교육감 후보 7명 중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5명이 당선됐다.
민주노총 후보와 지지후보까지 범위를 넓히면 전체 345명 중 교육감 후보(11명)을 뺀 334명 중 진보정당 당선자는 30명(9.0%)에 그쳤다. 민주노총 후보로 출마해 당선한 이는 6명(정의당 1명·진보당 5명), 민주노총 지지후보는 24명(정의당 8명, 진보당 16명)이다.<표 참조>
후보단일화로 가장 큰 효과를 얻은 후보는 노동자 밀집지역과 진보정치 1번지 ‘울산’에서 나온 김종훈 후보다. 권영길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비롯해 민주노총 중앙과 지역 진보진영이 선거운동에 함께하는 등 총결집했다.
양당체제 공고화 속 위기의 진보정치 갈 길은
이번 지방선거 성적표를 받아든 진보진영은 큰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 지난 대선(심상정 후보 2.7%)에 이어 정의당은 최대 위기를 맞은 상태다. ‘대선 연장전’ 성격의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 공고화한 양당체제를 끝내 깨지 못했다.
정의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열고 대표단 전원이 총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영국 대표는 “국민이 너무나 냉정한 판단과 엄중한 경고를 보내신 것에 대해서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더 성찰하고 쇄신하는 마음으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원외정당에 머물고 있는 진보당은 이번에 대안정당으로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진보단일후보 성과를 바탕으로 위기에 놓인 진보정치 단결을 위한 청사진을 다른 진보정당들과 같이 그리지 못한다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