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4천명에 이르는 확대간부의 정치의식을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대규모로 간부들의 정치의식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노총은 “주요 선거마다 정치·선거·투표 방침을 결정하고 민주노총 후보와 지지후보에 대한 조합원의 계급투표를 호소했지만 큰 진전이 없었다”며 “이에 간부들의 의식을 조사하는 것에서 출발해 대안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선 가능성 낮아 진보정당 안 찍었다”
민주노총은 지난 6월10일부터 지난달 8일까지 확대간부 3천9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평소 지지하는 정당이 어디냐’는 질문에 응답자 52.3%는 진보정당(정의당·진보당·노동당·녹색당)을 꼽았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24%, 국민의힘 4%, 기타 정당 0.7% 순이었다. “지지 정당 없다”는 응답은 19.1%였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민주노총과 진보정당들은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추진했지만 결렬됐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김재연 진보당 후보, 이백윤 노동당 후보는 합계 2.5%의 저조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선 당시 투표한 (후보의) 정당은 진보정당 48%, 민주당 42.6%, 국민의힘 7.3%, 기타 정당 2.1% 순으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투표율이 평소 지지율보다 높은 반면 진보정당 투표율은 지지율보다 낮았다. 6·1 지방선거 당시 투표한 정당은 진보정당 68.4%, 민주당 23.1%, 국민의힘 5.6%, 기타 정당 1.5% 순이었다. 지선에서는 진보정당 투표율이 지지율이나 대선 투표율에 비해 높았다.
대선에서 진보정당에 투표하지 않은 이유로는 “당선 가능성이 낮아서”(27.8%)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기득권 정당 후보 중 싫어하는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16.5%), “진보정당을 지지하지 않아서”(9.8%), “진보정당들이 갈라져 있어서”(9.6%), “진보정당을 지지하지만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9.1%), “기득권 정당과 차별적인 정책이 보이지 않아서”(7.8%) 순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 18.2%, 30대 남성 16.1%
국민의힘 뽑아
대선에서 가장 관심을 가진 정책과 이슈로는 “취업·고용안정·임금 등 고용 및 소득 안정 관련 정책”이 42.2%로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빈부격차 해소 및 사회복지 강화 관련 정책” 16.3%, “보수양당체제 타파와 다당제 실현을 위한 정치개혁” 13%, “집값·전월세 상승 등 주거안정 관련 정책” 9.3%, “대선후보들의 도덕성·청렴성 관련 이슈” 6.7% 순이었다.
20대와 30대의 국민의힘 투표율은 각각 18.2%와 16.1%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40대는 민주당, 진보정당, 국민의힘 순으로 투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50대 이상은 진보정당, 민주당, 국민의힘 순이었다.
성별 차이는 20대와 30대 국민의힘 투표율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민의힘 투표율은 20대 남성은 24.1%, 여성은 14.1%였다. 30대 남성은 19%, 여성은 9.5%로 2배 차이가 났다. 진보정당 투표율은 30대, 40대, 50대 이상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50대 이상에서는 여성과 남성 모두 민주당보다 진보정당 투표율이 높았다.
정규직에서는 진보정당보다 민주당 투표율이 높았다. 반면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은 진보정당에 민주당보다 많은 표를 던졌다.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투표율 격차는 비정규직에서 컸다. 30대의 국민의힘 투표율은 정규직 18.3%, 무기계약직 7.5%, 비정규직 4.5%로 격차를 보였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어떻게? “단일 정당 필요”
선거(정치)방침의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 “반드시 필요하다”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응답이 85.4%를 차지했다. 지선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91%였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고용불안이 심할수록 선거(정치)방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았다.
노동자 정치세력화 필요성에 대해 61.7%가 반드시 필요하다”, 28.4%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한 이유로는 “차별 없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37.5%) 또는 “기성정당이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않아서”(27.1%)라는 응답이 많았다.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어떤 것이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7.9%는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이 함께 단일 진보정당을 만들어 강화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노동자나 노조가 노동자만을 위한 정당을 만드는 것” 15.4%, “정당 상관없이 노동자 출신 정치인이 선거에서 당선되는 것” 11.5%,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 들어가서 노동자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 8.4% 순으로 나타났다.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든 시민사회운동과 함께하든 하나의 정당을 요구하는 응답이 많았다. “기존 진보정당들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응답은 3.9%에 불과했다.
“진보정치 강화 위해 의사소통 강화하자”
진보정치를 강화하기 위한 민주노총은 역할은 무엇일까. 민주노총 정치활동 활성화 우선 과제로는 “조합원과 간부들의 의사소통 강화와 정치활동 참여”(25.7%)가 가장 많이 꼽혔다. 아울러 “조합원과 간부들의 정치교육 강화” “지역사회에서 진보정치 강화를 위한 연대활동 강화” “진보정치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 개발” “진보정당들과 일상적이고 긴밀한 협력과 연대” “조합원의 진보정당 가입 촉진 및 현장 모임 강화” 같은 다양한 의견이 분출됐다.
이번 설문조사 작업에 참여한 정경윤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민주노총 정치활동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며 “정치활동에서 아래로부터 소통과 참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지난달 20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대선·지선 평가와 현장 의견 수렴을 위한 전국순회 토론회를 하고 있다. 이 같은 평가사업과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진보정치 전진을 위한 사업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