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사오른쪽 사진)·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1일 오전 금융노조를 찾아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금융노조 지부대표자들은 정부여당이 그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두 후보자가 발언하는 모습. <금융노조>
▲ 우원식(사오른쪽 사진)·홍영표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1일 오전 금융노조를 찾아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금융노조 지부대표자들은 정부여당이 그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비판했다. 두 후보자가 발언하는 모습. <금융노조>

지지를 호소하며 노동계를 찾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자들이 호된 질책을 들었다. 후보들은 선거철마다 노동계를 찾으면서도 약속을 하나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에 고개를 숙였다. 한국노총은 일찌감치 송영길 당대표 후보 지지를 선언했지만, 다수의 여당 권리당원을 보유한 금융노조를 비롯해 일부 산별노조·연맹은 “절차대로 조합원의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선거 지원했더니 등에 칼 들이대”
노조추천이사제 무산·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시도 비판

금융노조(위원장 박홍배)는 21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홍영표·우원식 후보와 간담회를 연달아 열었다. 송영길 후보 간담회는 23일 진행한다.

이날 금융노조 산하 지부 대표자들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IBK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무산 △공공기관 노동자 재산등록 입법 추진 △씨티그룹 같은 외국계기업 철수시 노동자 피해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 같은 사안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노동자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청와대 정무수석과 금융위원장, 여당 원내대표가 약속한 노조추천이사제를 4·7 재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무산시키고 그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이 개혁을 이야기하느냐”며 “그래도 여당 후보 당선시키겠다고 선거를 지원한 노동계의 등에 칼을 들이대면서 이제 무슨 약속을 하려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기업은행지부는 이날 간담회장 입구에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손푯말을 들고 항의의 뜻을 전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시도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최정근 노조 부위원장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관련해 국회에 가서 설명하려고 했더니 보좌진이 제대로 이해도 못하고 있더라”며 “개정안에 버젓이 IT기업에 계좌 개설 권한을 주겠다고 써 놓은 부분을 읽어 줬더니 말이 되느냐며 화를 내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최 부위원장은 “심지어 은행은 사양산업이라 금융산업을 키우기 위해 IT기업이 그 역할을 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그렇다면 은행권 노동자는 사양산업이니까 다 죽으라는 이야기냐”고 따졌다.

금융지주사 회장의 독점적 권한에 대한 여당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호걸 KEB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기관을 사유화하고 수천억원대 피해를 유발하고 채용비리를 저지르는 것을 비판해도 정부·여당 모두 한마디 언급이 없다”며 “이런 문제에 대해 여당이 대오각성하고 활동을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후보 사과에도 성토 쏟아져
박홍배 위원장 “오늘 쓴소리가 민심”

노조 지부대표자의 날 선 비판은 당대표 후보의 사과에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홍영표 후보는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는) 정부·여당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됐고 그것에 대해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에 실망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고 있지만 노동이사제를 공론화하고 정년연장 문제를 논의해 소통하고 이야기하는 당대표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홍 후보가 마무리발언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간 감소와 정년퇴직 같은 중요한 문제를 풀 수 있다”며 “작은 일에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충돌해 구조적 문제를 풀지 못하는 현실을 당대표가 돼 공론화하고자 한다”고 말한 대목을 두고 언쟁이 일었다. 김용택 NH농협지부 위원장은 “노조추천이사제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이 작은 일이냐”며 “이게 여당의 현실이므로 더 이상 여당과 이야기하지 말자”고 각을 세웠다.

우원식 후보는 “(여당이) 한국노총과 정책협약을 했지만 그 약속이 잘 이행이 안 되고, 지부 대표자들이 당대표 후보를 만나는 장소에서 규탄을 하는 수준까지 이르러 유감이고 죄송스럽다”며 “노동이사제 관련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을 개정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기획재정부 산하에서 국무총리실 산하로 옮기고 노동계 참여를 보장하는 국가 차원의 노동이사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26일 지부대표자회의를 열고 지지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홍배 위원장은 “어려웠던 이번 선거에 여당을 지지한 유일한 세대가 40대였는데, 지금 지부대표자들이 그렇다”며 “(후보들이) 오늘 들은 많은 현장의 쓴소리가 바로 민심이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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