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산재사망 사고로 논란에 휩싸인 SPC그룹이 생산직 야근을 하루 8시간 이내로 제한해 장시간 야간근로를 없애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SPC그룹은 이날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긴급 개최해 생산 시스템에 대한 전면 개혁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전부 참석했다고 SPC그룹은 전했다.
지난 25일 SPC 시화공장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지적된 야간근로 및 노동강도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SPC그룹은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기 위해 △인력 확충 △생산품목·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인 생산구조를 완전히 바꾼다는 계획이다. 각 사별 실행 방안을 마련해 10월1일부터 전면 시행하기로 했다.
SPC그룹은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해 나갈 계획”이라며 “주간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근무제 개편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조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전환 과정에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교육과 매뉴얼 정비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SPC그룹 관계자는 “생산 현장의 장시간 야간근로에 대한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여 근무 형태를 비롯한 생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되는 일터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개선과 투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SPC 시화공장 현장 간담회에서 “근로자가 비슷한 사고로 잇따라 목숨을 잃은 원인은 장시간 노동에 있다”고 지목하고 “일주일에 나흘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풀로 12시간씩 일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든다”고 제기한 바 있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2027년까지 2조2교대를 20%로 줄이는 것을 포함해 안전설비 확충과 위험 작업 자동화, 작업환경 개선, 장비 안전성 강화에 624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추가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SPC그룹 조치에 주목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생명을 귀히 여기고 안전비용을 충분히 감수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바람을 전한 지 이틀 만에 SPC가 변화로 답했다”며 “노동자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한 기업의 이윤 추구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업을 위해 나가야 하는 일터에서 우리 국민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후진적 사고는 근절돼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재사망률 최상위라는 오명을 벗고 행복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PC에서는 2022년 10월 SPL 평택 제빵공장, 2023년 8월 샤니 성남공장, 올해 5월 크림빵 생산라인에서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