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정부안 저지를 위해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이 노조법 정부안 처리를 강행하면 노정관계가 중대한 기로에 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25일 진보당과 함께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계단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정부안 저지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적용 확대를 포함한 온전한 노조법 개정을 위한 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양경수 위원장 “노동자와 소통한다던 약속 지키라”
민주노총은 정부여당이 논의한 노조법 정부안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을 규탄한 명분을 스스로 걷어차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은 민주당의 입법 폭주를 비난하며 거부권(재의요구권)을 남발하고, 그를 근거로 계엄을 선포했다”며 “노조법 2·3조를 후퇴한다는 것은 윤석열의 계엄 명분에 동의하는 것이며 그가 부분적으로든 전적으로든 옳았음을 방증하는 게 된다”고 비판했다.
노동자와 광장에서의 약속을 지키라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이재명 정부는 노동자와 대화하고 소통하겠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했는데, 노조법 개정안이 후퇴한다면 노정 간 그리고 노동자와 국회 간 관계는 파탄날 것”이라며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와 하청노동자의 원청 교섭, 손해배상·가압류 노동 3권 훼손 금지, 쟁의행위 법률 규제 금지 등 상식적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20년이 걸렸다. 단 하루도 단 한 걸음도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노조법은 20년간 노동자의 한이 서린 법안으로 3조 조문 하나를 바꾸지 못해 많은 노동자와 가족이 손배·가압류로 목숨을 잃고 고통을 당했다”며 “강산 두 번 변하는 동안 하청, 도급, 플랫폼, 프리랜서 등 온갖 변칙적 고용이 늘었는데 여전히 노동자임에도 법적 지위 인정을 못 받고 진짜 사장도 못 만나는 이들이 850만명에 달한다”고 개탄했다. 이어 “내란 수괴는 국민과 노동자에 의해 제압됐고 이제 새 정부가 탄생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새 시대를 밝혀야 하며, 윤석열 시대 노조법에 머물러선 안 되고 후퇴는 더더욱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1일 당정협, 집행 가능 명분으로 퇴행 논란 격화
권영국 정의당 대표도 노조법 논의 후퇴는 윤석열 정부에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비판했다. 권 대표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거부권 행사 법안보다 후퇴하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내란정권의 거부권 행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심각한 행위”라며 “윤석열 내란정권의 대표적 권력남용이 거부권 남발이었고 그 거부권 행사의 대표적 법안이 노조법 2·3조 개정안이었다”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민주노총 산별노조·연맹 위원장 등이 정부안 논의를 규탄했다.
노조법은 당초 국회에 계류 중인 김주영 민주당 의원안 수준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21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도 노조법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노조법 2조1항 개정을 요구하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날 오전 돌연 노동부와 민주당 환노위원들 당정협 소식이 전해지며 시계가 빨라졌다. 정부안은 노조법 개정 이후 집행가능성을 담보한다는 명목으로 정부에 교섭 절차 등의 개입 여지를 열어주고 시행시기도 늦추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노동계가 발칵 뒤집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