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12·3 내란사태를 ‘통치행위’라고 변호한 윤석열 대통령에 항의한 민주노총(위원장 양경수) 조합원들이 용산으로 행진했다. 막아선 경찰과 대치 끝에 모든 차로를 점거하고 대통령 공관 앞까지 행진했다.
윤 대통령 “민주노총 간첩 사건” 언급 등에 분노·항의
민주노총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열고 용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했다. 집회에 참여한 간부는 약 1만여명으로, 이들은 용산구 남영사거리에서 행진을 제한한 경찰에 항의해 도로를 점거했다. 이를 막아선 경찰과 30여 분가량 대치한 끝에 남영사거리 대치를 풀고 한강진역으로 진출해 다시 행진해 공관 앞에 도착했다. 공관 앞에 운집한 민주노총 조합원은 약 5천명, 나머지 5천명은 경찰과 계속 대치했다.
당초 민주노총은 이날 국회로 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긴급담화를 발표하고 “계엄은 통치행위” “민주노총 간첩 사건” 등을 언급한 데 분노해 행진 경로를 변경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올라온 한 금속노조 간부는 “아침에 담화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퇴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윤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사무금융노조 현대카드지부 한 간부는 “지난 7일 2선 퇴진 담화 이후 닷새간 웅크리고 있다가 내놓은 말이 고작 그 모양이냐”며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둥 말하는데 지금 국민이 난리가 났는데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간부들은 윤석열 정권 집권 이후 2년8개월간 지속된 반노조정책에 환멸을 드러냈다. 금속노조 현대글로비스지부 한 간부는 “정부가 노조를 어느 정도 억제하려고 시도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2년8개월 동안 노조를 이렇게까지 죽여야 했느냐”며 “민주노총 조합원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여당에 대한 답답함도 드러냈다. 이 간부는 “나라가 이렇게 들썩이고 있는데 민심을 보지 못하는 여당이 답답하다”며 “해체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행진 중 민주노총에 시민들의 격려도 이어졌다. 일부 시민은 행진을 따라 인도를 걸으며 연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차량 운행이 통제되면서 일부 차들은 경적을 울리기도 했지만 큰 갈등은 빚어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지지자로 보이는 일부 시민이 집회 외곽의 조합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지만 경찰이 제지했다.
정기훈 기자
막아선 경찰에 “같이 윤석열 잡자”
평화롭게 이어졌던 행진은 남영사거리에 접어들면서 급변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경찰 바리케이드를 밀어내고 차로를 확보하며 집회·행진 장소를 넓혔다. 경찰이 격렬하게 밀어내면서 남영사거리를 넘진 못했다. 민주노총은 한강진역으로 다시 행진을 시작한 끝에 경찰 저지를 밀어내고 공관 30미터 지점까지 도달했다.
경찰과 조합원들이 대치한 현장 곳곳에서 “윤석열을 당장 구속하라”는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한 조합원은 “경찰 압수수색을 대통령경호처가 막아섰는데 경찰은 여기서 민주노총을 막느냐”며 “당장 길을 열고 같이 용산으로 가 윤석열을 잡자”고 호통쳤다. 민주노총은 공관 인근 집회 이후 당초 목적지던 국회 앞으로 이동해 시민들과 퇴진 촉구 시위에 함께했다.
정기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