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칩거 닷새 만에 다시 내놓은 대국민 담화의 핵심은 “내란 부정”이다. 지난 7일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했던 태도에서 180도 다른 모습이다. 14일로 예정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대혼란을 조장해 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7일 담화와 12일 담화, 같은 점과 다른 점은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오전 대국민 담화에 이어 12일 또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란 이름으로 담화를 발표했다. 두 담화 사이에는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두 담화가 종국에 원하는 방향은 하나다.
공통점은 자신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론 결정으로 논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국회는 오후 5시 탄핵안 표결을 예고한 상태였다. 윤 대통령은 그날 오전 10시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국민에게 사과하고 법적·정치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으며, 제2의 계엄은 없으며, 임기를 포함해 향후 정국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고 표결에 불참함으로써 그날 탄핵안은 무산됐다.
오늘도 상황은 비슷하다. 야당은 이날 오후 2시 본회의에서 탄핵소추안 보고를 예고했고, 국민의 저항에 부닥친 국민의힘에서는 이탈 표가 하나둘 나오고 있었다. 담화 발표가 끝날 즈음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는 ‘친윤’ 권성동 의원이 당선됐다. 권 원내대표는 다시 당론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사과·2선 후퇴 사라지고 야당에 대한 적개심 표출
두 담화 사이의 차이점은 논조뿐만 아니라 분량도 있다. 7일 담화는 공백을 제외하면 388자에 그친다. 12일 담화는 5천654자다. 14.6배나 많은 양이다. 7일 담화 발표에는 2분, 이날 담화는 28분42초가 걸렸다. 오늘 담화에 얼마나 진심인지 한눈에 드러난다. 그 내용은 ‘표변’했다는 표현이 정확해 보인다.
그의 이날 담화 내용은 “지금 야당은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며 광란의 칼춤을 추고 있다”며 “도대체 2시간짜리 내란이 있느냐”는 말로 축약된다. 지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야당에 있고, 지난 비상계엄은 내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는 야당을 향해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치려는 반국가세력 아니냐”고 강조했다.
진짜 핵심 의도는 “거대 야당 대표의 유죄 선고가 임박하자 대통령의 탄핵을 통해 이를 회피하고 조기 대선을 치르려는 것”이라는 문장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탄핵을 막지 않으면 조기 대선을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선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여당을 압박하고 지지자를 자극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7일 담화에서의 사과와 2선 후퇴 같은 내용은 일절 찾아볼 수가 없다. 오히려 그는 이날 지난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률안과 대통령령(시행령) 42건을 재가하면서 자진사퇴 의사가 없으며 통치행위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