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첫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결과 임금체불·산재 문제사업장 청문회와 임금체불 청산 필요성에 여야가 뜻을 모았다. 한화오션을 노조와의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 낸 것도 성과다. 다만 노사분규 사업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실패했다.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 팜이 증인으로 출석한 ‘걸그룹 국감’, 역사관 논란으로 김문수 노동부 장관을 퇴장시킨 뒤 진행한 ‘장관 없는 국감’이라는 진기록도 남겼다.
한화오션 추락사, 작업중지명령 부실 해제 드러나
국회 환노위는 산재사고 다발 사업장인 한화오션을 상대로 노동자들과의 대화를 끌어내는 성과를 냈다. 한화오션은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를 국회가 중재할 경우 참여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통영지청과 원·하청 노조, 하청업체 등이 포함된 산업안전협의체 구성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김태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국감 과정에서 한화오션에서 발생한 하청노동자 추락사와 관련해 사측이 재발방지 조치를 완료하지 않았는데도 노동부가 부실한 판단으로 작업중지 명령을 해제한 사실도 확인됐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은 한화오션 사측이 제출한 작업중지심의위원회 논의 자료를 입수해 작업중지 기간 중 완전히 해소해야 하는 재발방지 조치사항 5가지 중 3가지가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노동부가 작업중지를 해제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김민석 노동부 차관은 “저희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같은당 이학영 의원은 노동부 통영지청 산재예방과 근로감독관 출신 인사가 한화오션 노동부 대응 자문위원으로 영입된 사실을 밝히며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쿠팡·대유위니아’ 청문회장 불려가나
여야는 대유위니아의 체불임금 문제, 쿠팡의 산재다발과 관련한 청문회 필요성에 뜻을 모았다. 대유위니아는 2년째 임금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고,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장기간의 강도 높은 심야노동으로 과로사나 관련 질환 다발 사업장이다.
지난 25일 종합감사에는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대표는 박영우 회장의 조카로, 임금체불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기소됐다가 올해 3월 보석 석방됐다. 대유위니아는 올해 7월 기준 1천79억원의 임금을 체불한 상태다. 피해자는 2천424명, 미청산액은 770억원이다.
박 회장이 사재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노동자 체불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그렇게 되지 않은 이유를 묻는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지 못했다. 박 회장과 연락이 닿지 않아 잘 모르고, 책임 있는 위치에도 있지 않다고 항변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반드시 11월 청문회를 열어 박영우 회장을 부르고, 박 대표가 얼마나 청산의지가 있는지 보겠다”고 했다.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CLS) 대표는 지난 10일 노동부 대상 국감에 나왔다. 홍 대표는 높은 노동강도를 강제하는 배송구역 회수제도(클렌징) 폐지에는 “불가피하다”고 했고, 노동강도를 줄일 해법을 찾자는 사회적 대화 참여 요구에 “참여 대상과 논의 대상, 주제가 정해져야 참여 여부를 말씀드릴 수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25일 국감에서 “관계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와 정무위원회, 환노위에서 연속 청문회를 열어 사회적 논의 틀을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쿠팡은 국감 전에도 (청문회 개최에 대해) 여야 협의를 해 온 만큼 적극적으로 논의해 달라”고 여야 간사에 주문했다.
아리셀·큐텐·페르노리카 증인 불출석
한국옵티칼 해고 사태에 모회사 “무관한 일”
노사 분쟁사업장의 갈등 해결 성과는 없었다. 오요안 한국니토덴코 대표는 25일 국감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고용승계 문제에 관련 없는 일이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구미공장은 2022년 10월 화재로 전소했다. 여기서 생산하던 물량 대부분은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겼다. 한국니토덴코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한국니토옵티칼 모두 일본니토덴코의 자회사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노동자 7명은 2022년 10월부터 한국니토옵티칼로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 구영배 큐텐 대표, 프란츠 호튼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는 증인으로 나오지 않았다. 각각 ‘수사 중인 아리셀 사고에 답변이 어렵다’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상황 관련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홍콩 해외 출장’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아리셀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산재 사고사망자를 냈고, 큐텐은 계열사 임금체불 신고가 지난 8월 기준 772건에 달한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8년째 노조탄압 논란이 이어지는 사업장이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하형소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에 “국감 기간 동안 사측과 대화해 테이블에 앉을 상황 정도까지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며 “함께 노력해 11월 말까지 (교섭을) 타결해 보자”고 제안했다. 하 청장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아이돌 출석, 장관 없는 국감’ 진기록
‘아이돌 국감’ ‘장관 없는 국감’이라는 기록도 남겼다.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 팜이 사내에서 일어난 직장내 괴롭힘 의혹을 증언하기 위해 국회를 찾으며 노동부 국감에 이목이 쏠렸다. 예술인 노동자성이라는 쟁점도 덩달아 주목받았다. 아이돌 걸그룹 멤버의 국감 출석은 처음이다.
김문수 노동부 장관 없는 청문회라는 점도 기록이다. 김 장관은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발언을 사과하지 않아 노동부 국감 첫날인 10일 야당 주도로 퇴장당했다. 기관 증인 채택을 철회하는 방식이었다. 김 장관의 입장 철회가 없는 한 그를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야당 입장이다. 향후 환노위 전체회의에 출석할 때마다 동일한 싸움이 반복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