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증인 명단을 보면 국감 윤곽이 보인다. 지난달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결한 ‘2024년도 국정감사 증인 및 참고인 출석요구의 건’에 나온 명단을 살펴보면, 올해 고용노동부 국정감사도 ‘중대재해 국감’이 될 전망이다.
노동자 사망이 끊이지 않는 쿠팡 물류센터와 택배캠프, 한화오션과 HD현대 조선소에 대한 점검이 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화성의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관계자들은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국감 단골 쿠팡 경영진, 책임 있는 답변 나올까
한화오션·현대중업 잇단 사망사고 책임 공방 예상
환노위는 쿠팡노동자의 끊이지 않는 사망산재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이사와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이사를 증인으로 불러냈다.
쿠팡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점검하고, 노조활동 탄압 논란을 살핀다. 심각한 기후 변화와 ‘로켓배송’에 따른 고강도 노동이 겹쳐 택배노동자들의 안전대책 마련이 미뤄진 상황을 지적하고, 기업의 책임 있는 약속을 받아내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주들에게서 책임 있는 약속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다. 정 대표이사는 2022년, 홍 대표이사는 2023년에 환노위 국감에 같은 문제로 출석했다. 쿠팡 사망산재는 올해도 이어져 5명이 사망했다. 계열사 대표이사가 아니라 보다 권한 있는 본사 대표이사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매번 이어지는 이유다.
환노위는 조선소 산재 문제를 따져 묻기 위해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과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을 불렀다. 정 사장에게는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발생하는 중대재해와 노동자 안전보건대책을, 이 사장에게는 조선소 노동자 사망산재와 노동환경·처우 문제를 따진다.
조선소에서 업황 호전으로 작업량이 늘어난 상황과, 고령·이주노동자·물량팀과 같은 하도급이 증가한 인력구조가 겹쳐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뒤 올해만 네 번째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월12일은 폭발로, 같은달 24일에는 물에 빠져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8월19일은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발생했고 지난달 9일에는 노동자가 떨어져 숨졌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올해 8월까지 산재사망 승인만 6건으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 기업 중 사망 산재승인이 가장 많은 곳이다.
야당 “아리셀·현대제철 증인석에 앉아야”
여당 “노동부에 향후 대책 따져 물을 것”
2022년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뒤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아리셀은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아리셀은 박순관 대표 구속 이후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에 민·형사 합의를 하자는 입장을 표했다.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합리적 보상을 요구하는 가족협의회·대책위에 “중소기업으로서 여력이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야당은 아리셀의 사과를 받아내고 대형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해 박순관 대표를 증인채택하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25일로 예정된 종합국감 일주일 전까지 환노위 전체회의를 열고 증인 채택을 할 수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박 대표가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유가족에게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않아 책임을 따지고자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며 “국감에서 분명하게 지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은 제조업체에 만연한 불법파견 문제를 지적하고 노동부 대책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여당 의원실 관계자는 “잘잘못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리셀의 박순관 대표는 이미 구속된 상황”이라며 “구속자를 증인으로 세울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노동부의 향후 대처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파견업체들의 모집 공고를 보면 죄다 외국인들만 뽑고 있다”며 “이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만 할 것인지 노동부에 따져 묻고, 이주노동자들의 희생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노동부의 정책 방향성을 따져 묻는 질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와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고도 노동자 직접고용이 아니라 자회사 설립을 통한 직접고용을 추진하고, 노조에 24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해 논란이 된 현대제철 관계자들 역시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추후 증인 명단에 포함시키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노위는 이외에도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 김병우 우아한청년들 대표도 증인으로 소환해 각각 콜센터 노동자 산재와 처우, 방사선 피폭 재해에 대한 안전관리, 라이더 산재 다발 대처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체불 청산 약속 못 지킨 대유위니아
노조탄압 논란 유진기업, 노동자 해고 한국닛토덴코
지난해 환노위 국감에서 불거졌던 대유위니아그룹 임금체불 문제도 다시 다룬다. 강용석 대유위니아 노조위원장이 참고인으로 나온다. 환노위는 지난해 국감에서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을 불러 대유몽베르CC를 팔아 체불임금을 청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냈다. 다만 골프장이 팔린 뒤에도 박 회장은 사재가 아니라는 이유로 체불임금을 청산하지 않았고, 피해노동자들은 1년10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박 회장은 증인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른 노동현안도 다뤄진다. 환노위는 최재호 유진기업 부사장을 불러 2022년 노조설립 이후 발생한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에게는 콜센터 노동자 고용불안과 처우를 묻는다. 김명환 전 인천일보 대표이사에는 임금체불 문제를 질의한다. 오요안 한국닛토덴코 대표이사는 해고노동자 고용승계, 김영주 종근당 대표이사는 장애인 고용,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이사에는 포괄임금제로 인한 공짜노동 현황을 따진다. 참고인으로 출석하는 정화인 웹툰작가, 최영미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장, 김순옥 가전통신노조 코디코닥지부장에게는 각각 웹툰작가 고강도 노동, 필리핀 가사노동자 노동실태, 특수고용노동자 임금현황을 질의한다.
‘뉴진스 사내 따돌림’ 논란, 하이브 경영진·하니 출석
올해 환노위 국감에서는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 간 분쟁에서 불거진 ‘뉴진스 사내 따돌림’ 사태도 다루면서 모든 시선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 환노위는 증인으로 김주영 하이브 인사최고책임자를, 참고인으로 걸그룹 뉴진스의 하니 팜을 불렀다.
뉴진스 멤버들은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하이브 소속 매니저에게 인사했다가 ‘무시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주장이 사실이라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집단 따돌림, 업무 수행 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배제 등’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 노동부에도 민원이 접수된 상황이다. 의원들은 하이브에 아이돌 따돌림, 직장내 괴롭힘 대응 부실을 따져 물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