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고용노동부가 올해 사업장 500곳에 불법파견 감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8월까지 감독을 완료한 사업장은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앗아가 아리셀 참사의 구조적 원인으로 불법파견이 지목됐지만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법파견 적발률 13.8%
사내하청, 사외하청보다 2배 이상 높아

3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내하도급 감독 현황’을 보면 노동부는 8월까지 사업장 260곳에 불법파견 감독을 했고, 이 중 36곳(13.8%)에서 불법파견을 적발했다. 업체 36곳 중 27곳은 사내하도급 업체로 불법파견 적발비율이 사외 파견·사용업체(9곳)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이들 업체는 노동자 파견이 불가한 업무에 노동자를 파견하거나 파견기간을 초과해 노동자를 고용하는 등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을 총 66건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260곳 중 파견법을 포함한 노동관계법 위반 사업장은 237곳(91%)이다. 이들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등 위반건수는 1천333건에 이른다.

현장에 불법인 만연한 셈인데 노동부의 불법파견 감독 속도는 더디다. 지난 6월24일 화성 아리셀 리튬전지 화재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23명 중 20명이 인력파견업체 메이셀에서 불법파견된 노동자라는 의혹이 나오자, 노동당국은 불법파견 감독 강화를 약속했다. 7월부터 3개월간 전지업체 32곳을 포함한 산단지역 내 유해물질 영세 제조업체 100곳을 대상으로 불법파견 감독을 실시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다. 그런데 3분기에 접어든 시점에도 불법파견 감독은 당초 목표한 사업장수 절반을 간신히 넘긴 수준이다.

더군다나 노동부가 수행한 불법파견 감독은 해다마 감소하고 있다. 2019년 1천626건이었던 불법파견 감독은 코로나 팬데믹과 정규직화 정책 추진 동력 상실로 2020년 636건으로 꺾인 뒤, 2021년(534건)·2022년(489건)·2023년(461건) 매년 줄어들었다.

박홍배 의원은 “정부는 아리셀 참사의 구조적 원인인 불법파견에 대해서 여전히 근본적인 고민 없이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불법파견 의혹 일자 “직접고용” 의사 밝힌 쿠팡CLS
손 놓고 지켜보는 노동부

노동부는 지난 8월 아리셀이 인력파견업체 메이셀에서 노동자 20명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한 혐의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노동부는 아리셀의 모회사 에스코넥까지 확대해 불법파견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노동부의 불법파견 조사가 다분히 선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사례로 쿠팡로지스틱서비스(CLS)를 꼽을 수 있다. CLS 배송캠프 분류인력을 공급하는 위탁업체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고용했다는 사실이 최근 근로복지공단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로 인해 CLS가 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CLS의 ‘가짜 3.3’ 노동자 고용 관여 여부나 불법파견 의혹과 관련한 감독은 하지 않았다. 불법파견 의혹이 제기되자 CLS는 지난 8월 캠프 분류인력을 연내 모두 직접고용하겠다는 미봉책을 내놨다.<본지 2024년 7월22일자 2면 “‘가짜 3.3×일용직×파견’ 물류산업 공식되나” 기사 참조>

이와 관련해 노동부 관계자는 “CLS에 대한 감독에 들어가 (불법파견을)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불법파견 의혹 제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쿠팡이 1천여명을 직접고용하겠다고 해서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위원장은 “CLS가 직접고용 전환을 발표했지만 기존에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실종돼선 안 된다”며 “노동부가 감독을 실시하지 않고 넘어갈 경우 동종 물류업계에 법을 위반해도 문제가 없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홍배 의원은 “불법파견으로 노동자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노동부의 생색내기 감독이 아닌 적극적인 관리·감독과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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