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6일이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76조의2) 시행 5년이다. 편 가르고 따돌리고 뒤에서 수군대던 행위들이 비로소 괴롭힘이라는 이름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저 아랫사람이란 이유로, 나만 예민한가 싶어서 숨죽여 참았던 행위에도 빨간 딱지가 붙었다.

그렇게 5년, 이대로 좋을까. 직장의 테두리를 묻고 지시의 정당성을 묻고 이것도 괴롭힘이냐 묻는 목소리도 묻어난다. <매일노동뉴스>는 시행 5년을 맞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기획취재팀=제정남·이재·강예슬 기자>

고용노동부는 시행 5년을 맞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 제도의 손질을 준비하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노동위원회에 구제·조정·중재 등 기능을 맡긴다는 구상이다. 당초 올해 상반기 중으로 관련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정부안을 제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늦어지고 있다. 괴롭힘 범주를 구체화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을지, 현 노동위의 인력과 예산으로 사건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인지를 두고 내부 검토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 필요하지만 방향은 제각각

지난해 11월10일 창립한 한국괴롭힘학회 회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매일노동뉴스>는 학회 회원을 상대로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직장내 괴롭힘 제도 개선방향’을 물었다. 전체 회원 110명 중 45명이 답변을 보내왔다. 공인노무사 28명(62.2%), 기업 관계자 6명(13.3%), 교수 3명(6.6%), 변호사 2명(4.4%) 등이다. 이밖에 정부출연연구기관, 전문강사, 공무원, 기자, 협회 관계자, 공공기관 종사자 등이 참여했다. 대부분 직장내 괴롭힘 사건을 가까이서 지켜 본 이들이다.

편집 김효정 기자
편집 김효정 기자

학회 회원들의 응답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직장내 괴롭힘 기준에 지속성·반복성을 신설하는 문제는 약 절반이 동의했다. 개정 사유를 구체적으로 물었더니 “괴롭힘 기준을 구체화하자”는 의견 외에도 “피해자 보호 강화 방안을 담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왔다. 이 외에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법 개정이 필요 없다는 응답자 중에서도 “법 개정보다는 구제 관련 제도 정비와 전문인력 확충이 더 급하다”는 이유를 밝혀 개정이 불필요하다기보다는 우선순위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

직장내 괴롭힘 정의 개정 방향 두고 ‘의견 분분’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 정의 조항 개정 필요를 물었더니 39명(86.8%)이 “그렇다”고 답했다.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답변은 6명(13.3%)이었다.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한 39명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복수 응답) △오남용 방지(64.1%)와 △괴롭힘 처리 기준 마련(61.5%)이 가장 많았다. 설문 참여자 10명 8명이 직장내 괴롭힘 사건 실무 경험이 있는 법조인과 기업 관계자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괴롭힘에 관한 폭넓은 정의는 법률 적용 과정에서 어려움을 배가시키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사업장·노동청·노동위 역할 정립(33.3%) △피해자 보호 강화(20.5%) △사용자 처벌 강화(5.1%) △무고한 근로자 보호(2.6%)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5명(12.8%)이었다. 지금보다 직장내 괴롭힘 예방과 피해자 보호·구제 수준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볼 수 있다. 사용자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응답란은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답변한 6명에게는 주관식으로 그 이유를 물었다. 현재 개념으로도 직장내 괴롭힘을 충분히 판별할 수 있다거나, 원래 개념은 모호한 것이기 때문에 해석과 가이드라인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괴롭힘 기준에 지속성·반복성 신설 찬성 57.8%

편집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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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에 동의한 응답자 39명에게 직장내 괴롭힘을 새로 정의하면서 지속성·반복성과 관련한 객관적 기준을 근로기준법에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그렇다는 답변은 26명(66.7%), 아니다는 답변은 13명(33.3%)이다. 이들에 직장내 괴롭힘 행위 요건을 살필 때 업무관련성을 기준으로 삼자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질의했다. 22명(56.4%)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들 대부분은 업무와 무관해도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하고 있다고 그 이유를 부연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긍정·부정 효과도 물었다. 긍정적 영향으로는 “직장내 괴롭힘 의제를 공론화했다”는 답변이 30명(66.7%), “수평적 직장문화 확산”이 8명(17.8%), “피해자 보호·구제 제도 마련”이 7명(15.6%)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효과의 사유는 다양하게 꼽았다. 직장내 의사소통 불신 초래, 무고 피해자 발생이 각각 31.1%와 28.9%로 엇비슷했다. 행정·사법·구제절차 과정에서의 사회적 비용 발생(13.3%), 피해자 동료 등 선의의 피해자 발생(8.9%), 사업장 자정능력 훼손(6.7%) 등도 언급됐다.

종합하면 적지 않은 이들이 예방과 피해자 보호·구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안하고 있지만 전체 응답자의 57.8%(26명)는 오남용을 우려해서 지속성·반복성을 괴롭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답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 방향을 두고 학회 내에서도 다양한 방향과 의견이 나오는 셈이다.

편집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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