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서울시기술교육원지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동자 파업권 제약과 장애인 지원 중단 같은 퇴행적인 노동·복지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회의원 총선시기를 틈타 관련 조례를 ‘날치기’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일 하루 동안 서울시는 장애인거주시설을 퇴소한 장애인의 주거를 지원하는 조례 폐지안, 서울 서남권 시민을 대상으로 직업교육을 하는 남부기술교육원 폐쇄 조례안, 서울광장 등에 국기를 의무 게양하도록 하는 조례안 등을 쏟아냈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도 같은 날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했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 뒤 내놓은 게 “파업 제한”

하나하나가 논쟁이 거센 쟁점사안이다.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을 촉구하자는 결의안은 최근 시내버스 파업이 계기다. 파업 뒤 시민 불편을 우려해 하루 만에 종결했지만 대표발의한 김종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서울 시내버스 파업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며 “노조의 일방적인 파업으로 시민의 발이 묶이는 일이 없도록 국회는 관련법 개정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법상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되면 노조가 파업할 때 조합원 중 일정 비율은 필수업무를 유지하기 위해 파업에 참가할 수 없게 된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은 “버스가 대중교통이기는 하나 수도·전기·가스·철도와 달리 민간이 운영하는 상황에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제약하겠다는 것은 노동정책과 대중교통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즉흥적이고 지극히 인기영합적 발상”이라며 “파업 이후의 논의라면 버스 운송시스템을 재정비하거나 공영재로 만들 방법을 고민하는 방식의 발전적 논의가 필요한데 단순히 파업을 가로막겠다는 유치한 발상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수사에 그친 ‘약자와의 동행’

장애인 탈시설·지역사회 정착지원 조례 폐지 요구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 조례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주거 등을 일부 지원하는 게 뼈대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은 “장애인에 대한 공격은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뒤 장애인 이동권 박탈, 노동권 제한과 함께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연장선에서 이제는 장애인의 주거권까지 침해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약자와의 동행은 그저 수사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남부기술교육원 폐지 시도는 서울시민의 교육권 침해라는 비판이다. 남부기술교육원은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공립 직업교육시설이다. 남부뿐 아니라 북부·동부·중부기술교육원이 있다. 조례안은 남부기술교육원을 폐지하고 교과과정 등을 다른 3곳 기술교육원에 분할 배치하는 내용이다. 이호상 공공운수노조 서울기술교육원지부장은 “서울 서남부권에 양질의 무료 직업기술교육을 제공하던 남부기술교육원을 폐지하면 해당 지역의 중장년·청년 취업희망자는 어디에서 교육을 받느냐”며 “그간 시대변화에 맞춰 학과를 신설하고 교육을 정비하자고 했던 요구는 예산이 없다며 묵살하더니 갑자기 인구절벽이라며 운영 책임을 기술교육원에 전가하고 문을 닫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시정 감시·견제 소홀한 틈탄 꼼수”

무엇보다 시점이 가장 문제다. 노동자와 장애인 인권 등 각각 굵직한 토론이 필요한 사안을 총선을 앞둔 시기 한날한시에 쏟아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서울시와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이 총선을 틈타 ‘날치기’를 하려 한다고 우려했다. 감시와 견제가 소홀한 틈을 탄 꼼수라는 것이다.

김진억 서울본부장은 “총선에 관심이 쏠린 사이 폐지조례를 무더기 발의한 것은 이에 대한 사회적 저항과 비판이 거셀까 봐 총선 정국을 이용해 날치기 하려는 저의가 반영된 것”이라며 “국기게양을 강요하는 조례도 있는데 반노동·반민생 권위주의 정책을 좌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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