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준공영제 버스 노사 임금·단체협약을 통해 파업시 최소 운행비율을 유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법을 개정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시는 광역버스 노사에 임금·단체협약상 파업시 최소 운행비율을 유지하는 내용을 포함하라는 뜻을 밝혔다. 올해부터 준공영제를 광역버스까지 확대한 인천시는 개별 노사 임·단협에 최소 운행비율이 빠질 경우 재정 지원 중단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단체행동권 제한’ 나선 인천시
인천시는 지난 15일 인천형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전격 시행했다. 이를 앞두고 인천시와 자동차노련 인천지역노조, 인천시 광역버스운송사업자, 인천시 버스운송사업조합 등 노사정은 상생협약서를 체결했다. 준공영제 정착을 위해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상생협약에 파업시 최소운행비율 유지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파업 등 불가피한 경우에도 버스 최소비율 운행에 적극 협조한다는 내용이다. 인천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시가 노조에 협조를 구한 사안”이라며 “시민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광역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했는데 전면파업으로 문제가 되면 도입 취지가 훼손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비율도 넣으려고 했지만 노조가 부담스러워해 출퇴근 시간만이라도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버스가 다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며 “개별 노사 단체협약에 해당 내용이 꼭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인천지역노조 관계자는 “준공영제 제도가 안착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면파업으로 버스가 멈추면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으니 선언적 차원에서 협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단체협약에서 구체적인 운행비율을 포함할 계획은 없다”며 “노조의 마지막 수단인 파업권을 쉽게 내려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광역버스 노사는 현재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전면파업 금지, 전국 확산하나
하지만 인천시는 재정 지원을 앞세워 버스 노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전면파업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서 노조에 협조를 구한 것”이라며 “노사가 상생협약을 잘 지켜주면 적극 재정을 지원할 것이다. 하지만 개별 단체협약에 포함이 안 돼 있다면 생각을 좀 해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단체교섭은 버스 노사가 진행하지만, 준공영제가 시 재정으로 운영되는 만큼 시가 사실상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구조다.
법을 우회해 노동 3권인 단체행동권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크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서울 시내버스 전면파업 이후 버스를 필수유지업무에 포함하도록 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필수공익사업의 필수유지업무에 대한 쟁의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철도·항공운수·수도·전기·가스·석유·병원·한국은행·통신 등이 포함된다. 총파업시 필수유지업무 유지 명목으로 대체인력이 투입돼 쟁의 효과가 사실상 사라진다. 하지만 인천시 방법대로라면 법 개정 없이도 전면파업을 막을 수 있다.
인천시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천시 한 버스사업장 노조 위원장은 “노동 3권을 완전히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개별 사업장이 버텨도 시에서 재정으로 압박하면 내부 구성원들이 많이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