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재계를 위한 ‘규제 철폐’로 응축되는 윤석열표 ‘노동 개혁’이 속도전을 예고했다. 당장 이번달 노동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급 개편에 대한 구체적 추진방향을 확정해 발표한다. 또 7월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이 추진된다.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관리 의무를 현행보다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 노동계와 정부 간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연장근로 총량 관리단위 확대?
‘1주 단위 해체’로 120시간 노동 방법 찾았다

‘자유·공정·혁신’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16일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서 노동 분야는 한마디로 해체해야 할 ‘규제 덩어리’다. 정부는 노동시장 문제점으로 △획일적 규제 △경직적 노사관계 △연공 중심 임금체계를 꼽았다. 무엇보다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을 ‘기업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로 규정한 대목에서 이런 시각은 더욱 두드러진다. 정부는 “전문가TF를 운영해 경영책임자 처벌규정과 작업중지명령 등 현장애로 및 법리적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찾겠다”며 “7월부터 경영책임자 의무 명확화를 위한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책임자 의무 완화와 면책, 작업중지명령 제도를 느슨하게 만들어 달라는 재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정부는 당장 이번 달부터 노동시간 유연화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산을 위한 법·제도 개정 움직임을 본격화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오후 서울정부청사에서 진행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노동시장 개혁은 경직적 노동시간 개선과 연공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기본 틀은 유지하되 유연성이 높아지도록 올해 안에 노동시간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도 적극 유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세부적으로는 노동시간과 관련해 △저축계좌제 도입 △연장근로시간 총량 관리단위 확대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스타트업·전문직 근로시간 운영 애로사항 해소 등을 제시했다.

노동시간저축계좌제는 연장·야간·휴일근로 이외에 유급휴가에 해당하는 시간을 적립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다. 적립기간부터 상한·정산방안 등에 대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현행 근로기준법 53조(연장근로의 제한)에 따라 당사자 간 합의로 1주간 12시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연장근로 관리단위 총량 확대는 연장근로 제한 단위를 2주 혹은 1개월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안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예컨대 4주 단위로 확대할 경우 48시간(12시간*4) 범위 내에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며 “탄력근무제는 법정근로시간(1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하지만, 연장근로 총량 관리단위 확대는 연장근로만 탄력적으로 적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집중근로가 필요한 기업들이 현장에서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훼손하지 않는 적절한 범위 내에서 연장근로 총량 단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 기본 틀은 유지한다”고 강조했지만 ‘1주 12시간’으로 정해진 연장근로 한도마저 위태로워 보인다.

정부가 노동시간 유연화에 속도를 내더라도 국회에서 근로기준법이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 노사와 여야 간에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 로드맵대로 성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공기관 직무급 전환시 인센티브, 매각·구조조정 추진

정부는 연공급 위주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로 전환을 추진한다. 공공기관이 우선 대상이다. 공공기관 보수뿐만 아니라 인사, 조직관리에서 연공서열을 파괴하고 직무급 고도화 기관에 인센티브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공공기관에서 직무성과급 도입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생각한다”며 “미국 제도를 전반적으로 벤치마킹하면서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목표에 따라 연도별 부채 감축 목표를 설정한 뒤 사업 구조조정과 비핵심 자산 매각 등 건전화계획도 마련한다. 공공기관 민영화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협의회는 “민간 중심 경제활력 제고를 강조하면서 공공기관 출자회사 정리와 구조조정 유도 등을 언급한 것은 결국 공공기관의 민영화를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운운하면서 위험기관을 집중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민간기업을 배불리는 자산매각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회사에 고용된 노동자들의 고용불안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줄어드는 경제활동인구
정년·육아휴직 연장하고 고용허가제 전면 개편

정부는 육아휴직 기간을 현행 1년에서 1.5년으로 늘리고 정년연장 등 고령자 계속고용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도 착수한다. 인구 대책으로 제출됐는데 시기 등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육아휴직을 6개월 연장하려면 남녀고용평등법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이 필요하다. 배우자 출산휴가기간도 현행 열흘보다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구체적인 연장기간은 실태조사와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다.

줄어드는 경제활동인구를 보충하기 위해 경력단절여성 복귀 지원, 고령자 계속고용, 외국인력 확보 등을 추진한다. 고령자 계속고용은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숙련 일자리 중심이던 고용허가제도 전면 개편한다. 구체적으로 △첨단 과학기술 분야 네거티브 방식 비자 도입 △중소기업 채용 전문인력 발급기준 완화 △지역특화비자 신설 △숙련인력쿼터 확대 등을 검토 중이다.

실업급여와 국민취업지원 제도도 손본다. 실업급여 장기·반복 수급 방지를 이유로 실업인정 기준을 지금보다 까다롭게 재정비할 것으로 보인다. 월 50만원씩 6개월 지급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구직촉진수당은 부양가족수나 소득에 따라 차등 지급하고 직종·직무 관계없이 취업하면 최대 150만원의 취업성공수당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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