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총이 현행 중대재해처벌법령에는 없는 안전보건담당 이사 등을 선임한 경우 경영책임자 면책 규정 신설을 담은 건의서를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자 재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경영계 건의서를 16일 정부 관계부처에 제출한다고 15일 밝혔다. 경총은 “사고 발생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27일 시행됐지만 뚜렷한 산재 감소 효과 없이 불명확한 규정으로 현장의 혼란이 심화되고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행 시행령에는 없는 조항의 신설을 요구했다. 대표적인 게 경영책임자 면책 규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2조는 ‘경영책임자 등’에 대해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해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경총은 시행령에 “이에 준하는 자”에 대한 구체적 정의규정을 마련하고, 선임시 사업대표 의무이행 책임면제 규정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되면 중대재해 발생시 안전보건 의무를 소홀히 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경총은 또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중 하나인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 조치’와 관련해서도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조항 신설을 요구했다. 현행 시행령에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을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산업안전보건법 △광산안전법 △원자력안전법 △항공안전법 △선박안전법 5개로 한정하자는 것이다.
또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도입한 도급·용역·위탁 관계에서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도 대폭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현행법에 도급·용역·위탁이 규정돼 있는데 시행령에서 이를 도급 등으로 한정하고 임대와 발주는 제외할 것을 주장했다. 노동계는 “경총이 모호하고 불명확하다는 논리를 펴면서 시행령에 위임하지 않는 사항까지 막무가내로 요구하고 있다”며 “사실상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를 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