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처럼 거대 IT기업에 금융업 우회진출을 허용하는 내용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관련 논의가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의 지급결제 관련 영역 다툼에 매몰돼 본질을 놓치는 양상이다. IT기업의 금융업 진출시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업 규제 적용 여부 논의가 우선돼야 하지만, 실제 공론장에서 이런 논의가 오가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금융산업 발 디딘 IT기업 규제 필요성
강한 규제시 관련 산업 고사 우려 공전
25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전문가 공청회를 개최하고 개정안의 취지와 한계, 문제점 등을 청취했다.
이날도 지급결제 관련한 기관 간 갈등이 서두를 장식했다. 윤관석 정무위원장이 포문을 열었다. 윤 위원장은 공청회 모두발언을 하면서 “공적 국가기관인 한국은행 총재가 공식적인 법안 심의 과정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지 않고 빅브라더라는 용어까지 써 가며 여론작업을 한다고 오해받을 수 있는 행태를 보여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윤 위원장 지적처럼 한은은 연일 개정안이 IT기업의 내부거래를 다른 기관으로 모아 정부가 들여다볼 수 있는 근거를 만든 빅브라더 법안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침해 소지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위도 은성수 위원장이 직접 “화가 난다”며 맞대응 하는 등 기관 간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 참가한 일부 전문가는 기관 간 갈등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비판했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경제학)는 “거대 IT기업과 소규모 핀테크 기업이 금융산업에 발을 디딘 이상 규제를 해야 하는데 금융산업에 적용하는 건전성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모두 적용할 것인지, 일부 완화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금융규제를 적용하면 디지털 금융 고사가 우려되나 이미 거대한 디지털 금융 규모를 봤을 때 그냥 둘 수도 없다는 고민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급결제와 관련한 논란은 금융위와 한은의 두 수장이 실무진 대동해 끝장토론을 해서 해결하면 될 일인데 왜 이렇게 파열음을 내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꼬집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제연구소장은 “개정안 핵심은 종합지급결제업자의 신설”이라며 “IT기업에 계좌결제를 허용하고 급여이체와 공과급 납부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인데 이랬을 때 소비자 보호나 금융시장 안정화 측면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회사에 준하는 내부통제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불전자지급수단(네이버페이 등) 충전 잔액 부족시 후불결제(외상구매)를 할 수 있도록 했는데 경제적 실질 측면에서 신용카드과 다르지 않다”며 “이 역시 도입시 결제한도나 가맹점 수수료 등 규정을 기존 사업자(신용카드업자)와 동일한 수준에서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조원대 페이 예치금 활용 규제 전무
“IT기업 금융업 진출 규제완화 문제 논의 뒷전”
현재 국내 네이버·카카오페이 등의 예치금은 2조원대로 추산한다. 그러나 이런 예치금 활용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다.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선임위원은 “빅테크 기업의 선불전자지급수단 등을 규제해 이용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전자금융거래법을 개정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납득할 만하다”면서도 “지급결제를 둘러싼 다툼으로 인해 빅테크 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규제를 크게 완화하는 조치들이 자아내는 우려가 큼에도 이에 관련한 심층적인 논의가 실종한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이런 사이 금융위는 빅테크 업체를 위한 ‘특례’를 착착 확산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18일 네이버페이의 신용카드업 진출을 사실상 허용하는 ‘혁신금융서비스’를 내놓았다. 금융위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자는 후불결제 업무를 할 수 없고, 신용카드를 발행하지 않고 선불전자지급수단을 기반으로 하는 후불결제 서비스가 신용카드업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명확하다”며 “선불업자(네이버파이낸셜)가 신용카드업 허가를 받지 않고 후불결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편리한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신용카드 이용이 곤란한 청년·주부 등 금융소외계층에도 소액신용 기회를 제공해 포용 금융 달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