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 3기 임원선거가 28일 치러진다.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고 당선했지만,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 같은 갖가지 노동정책에서 벽에 부딪친 문재인 정부다. 선출될 3기 임원은 그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함께하며 방향을 잡고, 새로운 대통령과 지방정부 수장을 뽑는 정치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매일노동뉴스>가 4명의 위원장 후보를 인터뷰하고 기호 순대로 나흘간 싣는다. 후보 간 차이를 드러낼 수 있도록 질문을 크게 다르지 않게 했다.<편집자>

김상구(51·사진) 위원장 후보는 민주노총 선거운동에서 논쟁 중심에 있다. 전임 김명환 집행부가 중도사퇴한 의제인 사회적 대화를 선거운동 과정에서 다시 전면화했기 때문이다. 교섭전략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교섭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뜨거운 감자를 들고나와서일까. 다른 후보들은 ‘투쟁을 소홀히 하겠다는 거냐’는 취지로 비판한다. 그는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총을 위해 다양한 투쟁과 교섭전술을 구사해야 한다”며 “사회적 교섭은 전략의 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쉬움도 토로했다. 김상구 후보는 “투쟁이 싫다는 마음을 가진 위원장이 민주노총에 있을 수 있겠느냐”며 “전체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사회개혁 투쟁을 하자는 투쟁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 인터뷰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건강보험노조 정책연구원에서 이뤄졌다.

- 선거에 출마한 이유는.
“금속노조 위원장을 한 뒤 현장에서 일하며 조합원이 민주노총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국민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꼈다. 조합원은 관심이 없다. 국민은 손가락질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이런 평가를 받아야 하는 조직인가. 민주노총을 만들고 민주노조운동과 투쟁을 하며 살아왔다는 자부심으로 사는 저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조합원들은 민주노총을 만들었을 때 우리가 가졌던 벅찬 감동을 민주노총 깃발을 보며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민주노총의 위기다. 민주노총이 출범했던 때의 정신을 되짚고, 민주노총을 왜 건설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조합원이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국민이 손뼉 치는 민주노총을 만들기 위해 입후보했다.”

“민주노총 창립정신인 산별노조 강화, 사회대개혁 다시 추진하자”

- 다른 후보와 차별화되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산별노조 중심의 후보다.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총장 후보도 그렇다. 당선되면 공조직 중심, 산별 중심, 현장조합원 중심의 조직운영을 할 것이다. 민주노총의 가치와 정신을 지켜 왔다고 자부한다. 투쟁이면 투쟁, 교섭이면 교섭 모두 잘할 자신이 있다. 민주노총 창립정신인 산별노조 강화와 사회개혁,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충실히 실현해 나갈 것이다.”

- 민주노총 창립부터 함께해 왔다고 했는데, 곧 민주노총 위기의 책임이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래서 출마했다. 주어진 임기를 지킨 위원장이 거의 없다, 비대위가 일상화했다는 점이 민주노총 위기의 전부가 아니다. 그보다 큰 위기는 방향을 잃었다는 데 있다. 거대한 사회적 연대로 사회대개혁을 이루겠다는 우리의 목표, 그 중심에 민주노총이 있어야 한다. 더 어렵고, 힘들고, 불평등이 심화하고, 나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노동법 밖의 노동자를 위해서 어떻게 노력해 왔는지 돌아보자. 그런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110만명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110만의 투쟁으로 5명 미만 노동자, 특수고용직, 간접고용·직접고용 비정규직의 삶을 바꿔야 한다. 지금은 저지하고 반대하기에도 급하다.”

“투쟁 않는 민주노총 있을 수 없어”

- 지금의 민주노총은 어떻게 평가하나.
“산별노조운동과 정치세력화 모두 멈춰 있거나 후퇴했다. 산별노조운동은 산업체계로 모여서 투쟁할 뿐 아니라 교섭하자는 주장이었다. 산별 아래 다양한 교섭이 가능해야 한다. 우리는 노정교섭·산별교섭은 괜찮지만 노사정 교섭을 하면 문제가 있다고 한다. 시대 변화와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전략을 고수하며 비판한다. 각 산별연맹은 조합원 늘리기에 바빠서 조직 갈등이 유발된다. 산별정신은 실종됐다. 정치세력화는 사실상 포기했다. 민주노총이 결정해도 현장이 따라 주지 않는다. 진보정치의 희망을 품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새로운 진보정치를 설계하고, 그 과정에 전체 조합원이 동의하고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노동자 참여 없는 진보정당과 계급정당은 있을 수 없다. 선거에서 사회적 대화 필요성을 강조했더니 투쟁하지 말자는 거냐는 공격이 나온다. 민주노총에 그런 마음을 가진 위원장이 있을 수 있겠나. 투쟁은 목적이 아니기에, 투쟁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목표를 제시했다. 지금 민주노총은 전체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사회개혁 투쟁을 해야 한다.”

- 선거가 중반 이후로 치닫고 있지만 열기를 느낄 수 없다는 평이 적지 않다.
“민주노총이 조합원의 삶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조합원인 것이 자랑스럽고, 조합원으로 민주노총 활동에 동참할 욕구가 생겨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조합원의 가족·친구·지인들 다수가 비정규직이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약자를 위해 투쟁해 민주노총 조합원인 것을 떳떳하고 당당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선거에서 우리 스스로 조합원의 무관심을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조합원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상층, 일부 활동가가 민주노총 활동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거대한 연대로 사회대개혁 이루자”

- 공세적 사회적 교섭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첨예하게 갈등하는 주제인데, 당선하더라도 공약 이행에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노총 지역본부 차원에서 노정교섭이나 노사민정 교섭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역에서는 가능하지만 중앙은 안 된다? 지역본부가 하면 자주성이 훼손되지 않고 중앙이 하면 훼손되는가. 노사가 교섭하면 노조 교섭당사자는 자본에 회유되는가. 아니다. 시대가 변해서 기업의 벽을 넘자고 말하지 않아도 넘을 수밖에 없게 돼 있다. 그렇게 조직이 되고 투쟁이 되고 교섭이 열리게 돼 있다. 학교비정규직은 학교를 뛰어넘어 투쟁하고 교섭한다. 정부와 교섭하자고 한다. 이 투쟁을 민주노총이 만들고 뒷받침해야 한다. 택배노동자는 노동자로 인정받기 위해 투쟁한다. 그 대상은 일개 기업이 아니다. 기업 전체와 교섭을 해야 하므로 기업협의회를 만들고, 협의회를 중재하기 위해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노사정 협의가 되게 된다. 노동환경은 이같이 변화하는데 민주노총은 ‘사용자들은 전부 다 모여라’고 외치고 있으니 교섭이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고집만 부리고 있으면 실제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민주노총은 할 일이 없다. 사회적 교섭을 악마화하는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모든 노동자를 위한 민주노총이고, 그것을 위해 다양한 투쟁과 교섭전술 구사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는 그 교섭전략의 한 부분이다. 자동차·조선·금융·보건의료·플랫폼 등 조직별로 준비가 된 업종부터 상시로 교섭을 추진할 것이다. 합의 자체에 연연하지 않고 협의를 중심으로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겠다.”

- 조합원이 자랑스러워하는 민주노총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만들 수 있나.
“방법은 명확하다. 다른 곳을 바라봐야 한다. 그곳이 어디냐. 우리보다 어렵고 힘든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서민이다. 민주노총은 이제 내 것을 지키기 위해 머리띠 묶는 것이 아니라, 내 것을 양보하더라도 우리보다 더 힘든 노동자를 지켜 주고 그 동지들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다. 민주노총 창립정신이기도 하다. 500만명이 넘는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법의 보호 밖에서 고통받고, 상시적 해고 위협과 공장폐업 등으로 고용불안에 노출돼 있다. 코로나19가 고통을 더 심화하고 있다. 특수고용직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며 장시간 노동을 하다 다치고 죽는다.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된 수많은 노동자들은 가장 힘든 곳에서 가장 힘든 노동을 한다. 그런데도 정규직의 고용방패가 돼 가장 먼저 잘려 나간다. 우리의 가족이자, 이웃이기도 하다. 누가 그들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나. 민주노총이 해야 한다. 이 주장을 내걸고 투쟁하면 민주노총 조합원이 반대하겠나. 이대로라면 조합원이 200만명을 넘더라도 민주노총은 사회적으로 떳떳하지 못하다.”

- 코로나19 사태가 드러낸 사회적 과제가 적지 않다.
“불평등은 더욱 심화하고, 노동환경은 이전보다 더욱 급변하고 있다. 노동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위기를 감지하고 있지만 대응 방식은 과거와 같다. 머리띠 메고, 삭발하고, 농성하고…. 필요한 투쟁이지만 이 방식만으로는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할 수 없다. 민주노총 사업 전반을 반드시 혁신해야 한다.”

▲ 정기훈 기자


“조합원 따르지 않는 정치방침은 안 돼”

- 민주노총의 정치방침,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계획과 입장을 말해 달라.
“과도하게 욕심내지 않겠다. 앞선 지도부는 단기간에 목표를 완료하겠다고 욕심을 부렸다. 그리곤 실현하지 못해 패배주의에 빠졌다. 악순환하고 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진보정당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자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실현 가능하지 않다. 산별교섭 체계를 3년 안에 만든다는 것도 우스운 소리다. 저는 3년 안에 정치세력화도, 산별노조운동도 완성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정체되다 못해 후퇴하고 있는 산별노조·정치세력화 양 날개 전략의 현실화를 위해 다시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민주노총을 ‘패싱’하며 독주하고 있다. 자기들은 힘이 있고, 민주노총은 힘이 없다고 보는 거다. 민주노총이 정치방침을 정해도 조합원이 안 따른다는 것을 아는 거다. 그리니 우습게 본다. 조합원이 결집해야 정부 독주를 막을 수 있다. 우리 내부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어떻게 힘을 모을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리 말하니 더불어민주당 지지하려는 거냐고 지적한다. 정말 나쁜 주장이다. 진보정당 운동에 조합원이 참여하고, 진보정당을 강화하기 위해 조합원이 함께할 방안을 찾자는 게 저의 주장이다. 내년 대선은 진보정당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조합원의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 투쟁하겠다. 총투표로 지지정당을 결정할 테니 각 정당은 참여해라, 그렇지 않은 정당은 지지정당에서 제외하겠다. 이런 방식으로 하지는 않겠다. 모든 진보정당이 동의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 사무총국 운영 계획은.
“혁신해야 한다. 노동의 변화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끌어안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 청년, 퇴직자, 플랫폼 노동자, 단시간 노동자, 여성, 이주노동자 등이다. 이들을 민주노총이 포섭하고, 조직을 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사람을 바꾼다는 것이 아니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실·국 체제를 바꿔야 한다.”

- 문재인 정부와는 어떤 관계를 맺을 계획인가.
“굉장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임기 말로 갈수록 우향우 정책을 편다. 노동기본권을 강화하는 것보다는 친자본적, 경제 성과 위주로 갈 가능성이 있다. 민주노총과 갈등이 증폭할 가능성이 있다. 투쟁이 불가피하다. 그 와중에도 취약하고 어려운 노동자의 고용안전망 등이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대화하고 교섭해야 한다. 대상은 정부도 국회도 될 수 있다. 민주노총이 힘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온건파니 강경파니 하는 내부 갈등을 지양하고 단결하고 투쟁하고, 대화도 해야 한다.”

- 한국노총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복수노조 사업장도 많고 갈등도 많다. 1노총으로서 한국노총을 끌어안고 가야 한다. 일부에서는 한국노총을 무조건 싫어하는 이들도 있다. 노사정 대화를 악마로 규정하는 것과 유사하다. 필요하면 같이 연대하고 투쟁해야 한다. 민주노총이 중심을 잡아가면 된다.”

김상구 위원장 후보는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회 엔진1부 소속이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기아차지부 19대 지부장을 맡았다. 지부장 재직 중인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파업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 2015년에 금속노조 9기 위원장에 당선돼 2년간 활동했다. 1969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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