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민주노총이 10기 임원선거 후보등록을 마감하고 선거운동을 개시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이번 선거는 민주노총의 세 번째 직선제로, 유권자만 95만7천여명에 이른다. 민간에서 치르는 최대 규모 선거인 민주노총 3기 직선제 선거에서 지켜봐야 할 대목은 무엇일까. 5일 <매일노동뉴스>가 민주노총 선거 관전 포인트를 추려 봤다.

“사회적 대화 입장은 위기 극복 방안 중 하나일 뿐”

앞서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엄교수)가 지난달 28일 임원선거 후보등록을 마감한 결과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후보로 기호 1번 김상구(51) 후보조·기호 2번 이영주(55) 후보조·기호 3번 양경수(44) 후보조·기호 4번 이호동(54) 후보조가 등록을 마쳤다.

민주노총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 핵심쟁점으로 사회적 대화가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명환 전 집행부가 노사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합의안 추인에 실패해 지난 7월 중도 사퇴한 뒤 치러지는 선거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노총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실제 각 후보조들의 공약을 통해 사회적 대화에 대한 입장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2020년 11월4일자 8면 ‘사회적 대화 김상구 후보조만 찬성, 나머지는 반대 또는 중도’ 참조> 

하지만 각 후보조와 유권자들이 집중해야 할 지점은 다른 곳에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노총 한 전직 간부는 “(이번 선거에서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코로나19 시기에 한국 사회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는 후보인가, 아닌가가 돼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를 하느냐, 마느냐’는 이 본질에 대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이 (후보를 선택하는) 핵심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 대한민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밑에서부터 바뀌고 있고, 조합원들은 고용문제·인간으로서의 존엄성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어떤 조직인가를 물어야 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유연하고 유능하고 유익한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초의 여성·비정규직 위원장 후보
“내용이 더 중요” 목소리도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노총 선거 역사상 최초로 여성 위원장 후보가 등장한 점도 눈에 띈다. 이영주 후보조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여성 임원 할당제를 비롯해 여성의 노조활동 보장·확대를 위한 조치를 취해 왔지만 잘 지켜지지 못했다”며 “그런데 민주노총이 1노총으로 도약하고 진행된 첫 선거에서 여성 위원장 후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는 것은 민주노총 운동의 성평등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영주 위원장 후보는 “성평등 시대를 여는 여성 민주노총 위원장”임을 내세우며 “여성 취업장벽 철폐·성별 임금격차 해소·공공 및 민간사업장 여성 임원 비율 상향·낙태죄 폐지·성폭력 근절에 힘쓰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성별보다 중요한 것은 공약”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노총의 한 여성 간부는 “어떤 의제로 나왔느냐가 더 중요하다 보니 (여성이 출마했다는 것은) 거의 (눈에) 잘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산별노조를 포함해 선거에 출마한 여성 위원장 후보들의) 실력이 다 검증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출마하신 여성 후보들의) 정체성 자체가 페미니즘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중앙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16개 지역본부 선거에서 여성할당제를 처음으로 의무 도입한 것도 주목된다. 민주노총은 직선 1기 때부터 여성할당제를 적용해 후보조 3인1조 중 1인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다만 지역본부 선거의 경우 의무 도입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역본부 선거는 여성할당제가 의무가 아니다 보니 잘 지켜지지 않았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비정규 노동자 출신이 위원장 후보로 출마한 것도 처음이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했던 양경수 후보 이야기다. 양 후보조 관계자는 “민주노총 최초의 비정규직 출신 위원장 후보이자 마지막 비정규직 출신 위원장 후보가 되겠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며 “더 이상 비정규직이 나오지 않게 하겠다는 결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양경수 후보는 비정규 노동자가 노조할 권리를 얻을 수 있도록 이른바 ‘전태일 3법’을 도입하기 위해 총파업을 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며 “(대부분) 비정규 노동자인 택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도 어떻게든 임기 내에 해결하겠다는 공약도 냈다”고 말했다.

뜨지 않는 선거 분위기
코로나19? 전 집행부 사퇴 여파?


한편 선거운동을 개시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거운동은 28일부터 시작했는데, 선관위는 일주일만인 지난 4일에야 후보들의 포스터·정책자료집·홍보영상을 선관위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 전까지는 선거에 평소 관심이 있는 민주노총 간부들도 공약을 찾아볼 방법이 없었다. 현장 조합원이 선거 소식을 접하기란 더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민주노총 선거 투표가 처음이라는 민주노총 조합원 A씨는 “(선거 내용과 관련해) 엄청 궁금한데 어떻게 알아 볼 지도 모르겠고 답답한 마음이 있긴 하다”며 “4팀이나 나왔는데 누굴 찍어야 할지,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민주노총이 깜깜이 선거를 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난 선거 때보다 선거운동 기간이) 5~6일 정도 늘어나면서 합동유세를 비롯한 여러 일정들도 조금씩 늦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6일 후보들의 전국순회 합동유세가 시작되고 공보물도 본격적으로 배포되기 시작하면 선거 열기가 달아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포스터·정책자료집을 비롯한 공보물 합본 오프라인 현장 배포도 9일께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후보자 공약 안내 전 조합원 문자 발송도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한다.

또 다른 민주노총 조합원 B씨는 “직선제로 뽑은 김명환 전 위원장이 내홍을 겪으며 사퇴하게 된 것에 대한 조합원들의 실망감이 선거 무관심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없지 않은 것 같다”며 “2기 직접선거의 경우 새로운 정권의 시작과 맞물려 민주노총에 대한 여러 기대감이 있었는데, 3기 직접선거는 정권 말기와 맞물려 민주노총이 무엇을 얼마나 더 할 수 있겠냐는 회의감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엄교수 선관위원장은 “후보들이 마감 당일까지도 등록을 결정하는 것을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보니 (이번 선거에서는) 등록일 마감 뒤 정책을 정리하고 선거 공보물 편집할 시간을 여유롭게 드렸다”며 “현재 코로나19 국면이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방법도 제약을 받고 있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최대한 열어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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