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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인사말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4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각국 정부 관계자와 노사가 모여 국제노동기구(ILO) 총회를 열었습니다. 이 총회에서 채택된 ILO 목적에 관한 선언이 바로 “노동은 상품이 아니다”는 명제로 유명한 필라델피아 선언입니다.

전쟁 시대, 사람들은 평화를 갈망했습니다. 필라델피아 선언에서 “항구적 평화는 사회정의라는 기초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ILO 헌장을 다시 거론한 까닭입니다. 총회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 경제적 안정과 기회균등을 보장하는 것이 곧 사회정의이고, 이 정의가 곧 평화를 유지하는 토대라고 다시 확인했습니다.

매일노동뉴스는 노동권을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여깁니다. 노동이야말로 정의롭고 공정한 경제를 이 땅에서 실현하는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시류는 거꾸로 흘러갑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지금 산업은 날로 고도화돼 인공지능(AI)이네, 자율주행이네, 알고리즘이네 하는 말이 넘실댑니다. 노동은 밀리고 밀려 플랫폼의 부속품처럼 취급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보호받아야 할 노동자에게 사용자는 보이지 않고 권리는 멀어집니다.

대한민국은 차별·격차 문제를 풀지 못하면 한 발도 나아가기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남성과 여성이, 수도권과 지역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갈등하고 틈은 갈수록 깊고 넓어집니다. 전염병 대유행을 통과하며 급격하게 늘어난 가난한 사람은 더 쉽게 나락으로 떨어지고, 부자는 더 쉽게 자산을 불립니다. 정의가 무너진 사회에서 평화는 위태롭기만 합니다.

“노동이라 하는 말씀은 수고로이 움직인다 함이니 이로 보건대 노동하는 그 사람이 저의 몸을 움직이는 것이지만 실상 세계를 움직이나니라.” 구한말 지식인 유길준이 <노동야학독본>에서 정의한 ‘노동의 거룩함’입니다. 사회정의, 그 결과인 항구적인 평화는 노동하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언론노동자로서 매일노동뉴스도 마땅한 책무를 다하겠습니다.

매일노동뉴스 대표이사 한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