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ㅎ센터는 이달 13일과 19일 지역지사로부터 잇따라 두 번의 경고장을 받았다. 고객의 AS 주문을 정해진 시간에 처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미결일수’가 기준을 초과했다는 이유였다. 지역지사는 “서비스 관리가 지속적으로 미흡할 경우 추가 경고로 인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급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센터 직원들은 “이런 경고장은 처음 봤다”고 의아해했다. 보통 여름 성수기에는 미결일수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경고장까지 보내지는 않았다고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가 맺은 도급계약에 따르면 최초 경고 시점으로부터 한 달 이내에 시정이 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엿새 만에 두 번째 경고장이 날아든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리는 금속노조 결의대회 참가를 막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지사의 요구대로 미결일수를 줄이려면 토요일(24일) 근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ㅎ센터에서 일하는 한 조합원은 "지사가 경고장을 보낸 것은 사실상 집회가 있는 24일에 근무를 하라는 것"이라며 "모든 조합원들이 상경해 집회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2일 금속노조와 은수미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활동과 관련해 각 지역센터를 맡고 있는 협력업체들이 원청으로부터 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ㅎ센터의 조합원들이 24일 주말근무를 하지 않고 집회에 참석하게 되면 ㅎ센터는 도급계약을 해지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유아무개 센터장은 "직원들이 노조활동을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아 갑갑하다"며 "계약해지를 당하지 않기 위해 실적을 더 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설마 계약해지를 당하겠냐"고 한숨을 쉬었다.

지회에 따르면 노조가입률이 높거나 센터장이 노조활동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센터에 지사의 경고장이나 구두경고가 집중되고 있다. 실제 ㅎ센터는 지회에서 처음으로 노조가 생긴 곳이다. 내근직 일부를 빼고는 대부분 노조에 가입해 조직률이 95%에 달한다. 반면 노조원이 거의 없는 인근 ㄱ센터는 같은 지역지사 소속인데도 경고장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지역지사로부터 “다음에 계약해지될 것”이라는 구두통보를 받은 수도권지역의 ㅇ센터도 마찬가지다. ㅇ센터는 노조가입률이 62.5%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센터장이 조합원들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ㅇ센터에서 일하는 한 조합원은 “센터장이 계약해지 압박을 받은 뒤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다른 센터도 실적을 이유로 비슷한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노조활동과 관련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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