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를 하러 가서 고객에게 폭행을 당한 채 돌아왔다. 회사는 산재처리는커녕 고객만족도 평가지표(CMI)에서 낮은 점수가 나오게 생겼다며 오히려 구박을 줬다. 삼성전자서비스에게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이윤 증식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다."

"같은 일을 하던 오랜 친구가 회사 앞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했다. 회사는 우울증이라며 보상을 거부했다. 이 일을 시작하고 아이들과 놀러간 적이 없다. 다친 손목 부여잡고 병원도 못 간 채 일한 지 6개월이 넘었다. 어제는 15층에서 에어컨 수리를 하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보고 싶어지더니 그냥 떨어지고 싶더라. 처자식 생각하며 겨우 참았다. 삼성이 좋고, 기계 고치는 게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이제는 더 이상 못하겠다."

두서없이 하소연을 쏟아 내던 삼성전자서비스 AS 기사들의 목소리는 점차 삼성전자서비스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로 모아졌다.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국회가 청문회를 개최해 달라는 요청도 이어졌다.

금속노조와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전국을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과 '삼성전자서비스 불법고용 피해사례'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회에 참가한 30여명의 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은 눈물 속에서 증언을 계속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발표회는 시종일관 무거웠다. 휴가일에도 마음대로 쉬지 못하는 현실, 다치고 쓰러져도 일해야 하는 상황, 처우개선 요구를 하고 싶어도 할 곳이 없다는 하소연이 잇따랐다.

위영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엔지니어들은 노동기본권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심각하게 유린당해 왔다"며 "삼성전자서비스가 자기 직원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외면하고 있는데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유령 같은 신세"라고 말했다. 노조를 만들어 목소리는 내고 있지만 정부와 언론에서 외면받지 않을까 두렵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피해사례를 묶어 백서로 만든 뒤 발표회를 하면서 여론전을 준비해 나가자"며 "저희도 긴장하면서 끝까지 함께할 마음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특히 삼성전자서비스 위장도급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 개최와 고용노동부가 실시하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한 수시근로감독 중간점검을 민주당에 요구했다.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 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은 "삼성이 아무리 힘이 세다 해도 곳곳에 숨어 있는 불법과 부당한 거래를 찾아내 다단계 불공정행위를 바로잡겠다"며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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