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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산업 노동권 착취로 성장…하청노동자 조직화 시급"반올림 등 '삼성전자 사례로 본 전자산업 하청노동권 실태' 토론회 개최
정기훈 기자

전자산업 하청노동자들의 잇단 죽음을 막기 위해 이들을 조직화하는 노동계의 구조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반올림·국제민주연대·금속노조·노동자운동연구소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공동주최한 '삼성전자 사례로 본 전자산업 하청노동권 실태' 토론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집중 제기됐다.

◇삼성전자 국내서 잇단 산재사고 발생=우선 이날 토론회에서 최근 삼성전자에서 잇달아 발생한 산재사고 문제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직업환경전문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매출액 2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삼성전자가 실적을 올리는 동안 제품 생산 노동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삼성전자 휴대폰 칩을 생산하는 하청업체 아모텍에서는 올해 6월 과로로 두 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한 명이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는 지난달 암모니아가스가 누출돼 하청노동자 4명이 검진을 받았다. 같은달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출신 노동자 8명과 LCD공장 출신 노동자 2명은 산재인정을 위한 집단산재를 신청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삼성 계열사 직업병 제보 노동자가 181명에 달한다. 올해 1월과 5월에는 삼성전자 화성공장에서 유해물질인 불산이 누출됐다.

공유정옥 직업환경전문의는 "최근 제보에 따르면 불산이 두 번이나 누출돼도 삼성전자는 노동자들에게 '사고가 나면 노동자가 책임진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강요했다는 의견이 접수됐다"며 "언론에 공개된 사례는 빙산의 일각으로 대부분의 하청업체 환경은 더 열악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 해외서도 국내와 유사한 직업병 발병=외국 상황은 더 열악하다. 국제민주연대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필리핀·중국·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삼성전자가 진출한 아시아를 조사한 결과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의 한 시민단체는 올해 2월 삼성전자의 중국 아동착취를 적발해 프랑스 법원에 제소했다. 그 밖에 화학물질 질식사·집단 유산· 1급 발암물질 벤젠중독 등의 발병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노조설립이 추진됐지만, 삼성의 무노조 경영전략으로 좌초됐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차장은 "삼성전자는 노동권과 여성인권이 취약한 국가를 선택해 전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며 "이를 방치하는 해당 국가의 친자본적 행태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산업 성장의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청노동자 조직화로 원청책임 강화 구조 만들어야”=그런 만큼 하청노동자의 조직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유미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삼성을 비롯한 한국 전자기업들이 직접·외주 생산을 조절하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하청노동자를 위험하고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착취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이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은 한국 전자산업의 동력은 하청노동자를 착취한 결과임을 사회쟁점화해야 한다"며 "이는 하청노동자들의 집단 움직임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유순 금속노조 미비국장은 "후진적인 다단계 하도급이 세계 초일류 기술과 인프라를 가진 한국 전자산업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며 "우회적인 신자유주의적 착취전략에 의해 하청노동자들이 희생양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하청노동자 고용주는 자본능력이 없고 재벌들의 슈퍼갑질에 시달리는 사용자로 이들이 고용한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은 요원하다"며 "사회적 협약 마련 등 새로운 하청노동자 조직화 전략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공유정옥 직업환경전문의는 "직접적인 원청지배에 있는 사내 협력업체의 경우 언로가 막혀 있어 내부 실태를 제대로 드러내는 것조차 불가능하다"며 "삼성전자 등 재벌·원청의 선의에 기대기 보다 노동자들이 연대해 원청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내는 싸움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은성  kes04@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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