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사용자측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이 노조탈퇴 회유·협박을 한다는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일부 협력업체들은 정규직을 작업현장에 투입하거나, 업무시간을 줄이는 방법으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수익을 위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청인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노무관리에 직접 개입했다는 정황이 연이어 밝혀지자 협력업체 대표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바지사장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위장도급 의혹 물타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난데없는 정규직 배치, 일부 조합원 노조탈퇴=21일 지회에 따르면 삼성전자서비스 충남아산센터는 22일부로 정규직을 AS업무에 대거 투입시킬 예정이다. 센터는 지회가 출범하기 일주일 전부터 6명의 정규직을 현장에 배치했다. 22일에는 26명을 추가로 투입한다. 기존 협력업체 소속 출장수리 기사(16명)의 두 배나 된다. 정규직은 주로 출장수리 업무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AS신청이 접수된 뒤 최종 처리실적에 따른 수당이 급여로 지급된다. 정규직이 투입되면 실적이 분산되면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수익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배식 지회 아산센터분회장은 “회사는 성수기를 맞아 정규직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예전에 미결 건수가 많아 한두 명의 정규직이 투입된 적은 있어도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조합원들의 수익을 줄여 노조탈퇴를 유도하려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상 주 40시간 근무를 시켜 수익을 감소시키는 곳도 있다. 은수미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경기도지역 A센터와 서울지역 B센터는 최근 조합원들에게 주 40시간만 일을 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AS처리 건수에 따라 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에 노동시간이 줄어들 경우 급여감소가 불가피하다.
A센터는 매일 아침 열리는 조회에 조합원들만 참석하지 못하게 하고, 업무상 소조직에서도 배제시키는 등 심적 부담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수미 의원은 “건당수수료로 임금을 주는 체계는 그대로 놔둔 채 주 40시간만 일을 시키는 것은 임금을 소정근무시간으로 책정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서약서까지 작성하도록 한 것은 조합원들을 악의적으로 괴롭히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노조를 탈퇴하는 조합원들도 나타나고 있다. 은 의원에 따르면 호남지역 C센터장은 조합원들에게 사직서를 들이밀면서 노조 탈퇴를 종용했고, 일부 조합원은 실제 탈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업체 대표 기자회견 전후 모임장소는 '삼성전자서비스'=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경영자 생존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국경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각의 회사가 서비스센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위장도급 의혹을 부인했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협력업체 AS기사들의 인사관리를 직접 했다는 최근 의혹도 반박했다. 이들은 “통합관리시스템은 신속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고용노동부의 파견·도급기준에 따라 허용되는 업무방식”이라고 주장했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정치권의 개입 자제 △노동부의 공정한 근로감독 △동반성장을 위한 원청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고용 근절 및 근로기준법 준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공대위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사장을 내세워 불법고용 방패막이로 삼으려 한다”며 “협력업체 사장들이 항의해야 할 대상은 협력업체 직원들을 착취한 삼성전자서비스”라고 비판했다.
한편 협력업체 대표들의 이날 기자회견은 19~21일 수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에서 진행된 센터장 긴급회의 뒤 열린 것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2박3일간 회의에서 기자회견 외에 최근 사태에 대해 다양한 대책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공식적으로는 삼성전자서비스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수원 삼성전자 공장에서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와 면담을 진행했다.
[심상찮은 삼성전자서비스] 정규직 대거 투입, 조합원만 주 40시간 근무 … 월급봉투 옥죄기
협력업체 대표들 “바지사장 아니다” 주장 … 기자회견 전후 삼성전자서비스에 모여
- 기자명 김학태
- 입력 2013.07.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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