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공개한 태광그룹 계열사 티시스의 정보시스템 매뉴얼에 따르면 티브로드 협력업체 센터장(도급업체 사장)이나 팀장은 티시스의 전산망에 접속해 케이블 기사들의 신상정보와 취미·종교·군번과 계급 등을 입력했다. 개인정보를 토대로 협력업체 기사들의 임금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지급하기 위해서다. 티브로드 본사가 협력업체 직원들의 인사관리를 직접 했다는 뜻이다.
티시스 전산망에는 티브로드가 케이블 기사들에게 지급한 개인용휴대단말기(PDA) 일련번호도 입력된다. 원청인 티브로드가 PDA를 이용해 하청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내렸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티브로드는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각 협력업체의 인력현황과 근무상황을 조회했다.
최근 위장도급 논란이 제기된 삼성전자서비스의 도급인력 관리시스템과 매우 유사한 방식이다. 원청이 통합전산망과 PDA를 이용해 도급직원과의 직접대면을 피하면서도 얼마든지 업무지시를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티브로드의 경우 원청이 별도의 IT계열사를 이용해 협력업체 직원들을 지휘·감독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위장도급의 형태가 점점 정교해지고 있는 셈이다.
을지로위는 이날 티브로드 기술실이 지난해 12월 작성한 ‘기술센터 운영개선 및 2012년 외주비 변경(안)’ 문건도 공개했다. 티브로드는 문건에서 △서비스 향상과 영업실적 향상을 위한 협력업체 인력조정 △대형 협력업체의 분리와 해당 기사의 분리배치, 센터장 교체 또는 선임 △신설센터에 티브로드 본사가 임차보증금·관리비·인테리어비 지원 △태광 계열사 건물에 신설 센터 사무실 개소 △협력업체 기사별 인센티브 차등 지급 등을 명시했다.
을지로위 관계자는 "티브로드가 위장도급 의혹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다’, ‘본사 차원에서 지시를 내린 바 없다’는 등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티브로드가 왜 협력업체 기사들에 대해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하는지 보여 주는 자료는 얼마든지 있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티브로드가 노동법의 오지에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 '위장도급 논란' 티브로드 협력업체, 노조탈퇴 종용 뒤 탈퇴자에 '기름값' 제공
- 노동부, 위장도급 논란 삼성전자서비스 수시감독 한 달 연장
- "삼성전자서비스 정규직과 협력업체 직원 혼재근무"
- '자뻑' 관행에 우는 케이블방송 외주업체 노동자들
- 전 산업에 부는 '바지사장' 바람 … 케이블업체 티브로드 위장도급 논란
- '혼재근무'에 갇혀 위장도급·불법파견 증거 놓치는 노동부
- 삼성전자서비스, AS기사에 '사번' 부여하고 직접 인사관리
- PDA 켜면 '진짜 사용자' 보인다
- 씨앤앰 이어 티브로드도 ‘노동법 사각지대’
- 협력업체 노조 결성에 태광그룹 하청 압박하나
-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공식 출범
- 씨앤앰 이어 티브로드 협력업체서도 노조 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