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자리를 찾아 취업박람회장에 나온 주부들. 정기훈 기자

A공기업에서 하루에 4시간씩 시간제로 근무하는 이지현(가명)씨의 한 달 수입은 70만원이다. 월급은 모두 육아도우미 아주머니의 월급으로 들어간다.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아이를 돌봐야 할지 고민 중이다. 이씨는 “평생 월급 70만원을 받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아이가 어느 정도 크면 전일제 근무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의 핵심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다. 정년이 보장되고 정규직과 시간당 임금이 같은 ‘정규직 시간제’를 늘려 육아로 경제활동을 포기한 여성들을 사회로 불러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선은 불안하다. 양질의 시간제는 말뿐이고, 실제로는 열악한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기존의 시간제 일자리는 대부분 저임금과 낮은 사회보험 적용률을 보인다.

올해 3월 기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고용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시간제 일자리 175만8천개 가운데 105만5천개(60%)는 임시직, 53만8천개(30.6%)가 일용직으로 조사됐다.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다는 뜻이다.

시간제 노동자들은 주로 영세한 일자리에 취업한다. 1~4인 규모 사업장에 일하는 시간제가 79만3천명(45.1%)으로 가장 많았고, 5~9인 사업장에서 일하는 시간제가 36만6천명(20.8%)으로 뒤를 이었다.

노동조건이 열악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시간제의 월평균 임금은 65만원으로 정규직 평균(283만원)의 23% 수준이다. 사회보험 적용률도 형편없다. 시간제의 사회보험 적용률은 국민연금 13.9%(정규직 97.2%)·건강보험 17.2%(정규직 98.7%)·고용보험 16.2%(정규직 84.1%)에 불과하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본부장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하려면 육아나 교육 등의 이유로 근로시간단축을 원하는 사람이 이 제도를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고, 빈자리를 정규직으로 충원해 고용을 늘려야 한다"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다시 '시간제에서 전일제'로 전환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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