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ㆍ노동단체가 홍영표ㆍ남윤인순ㆍ한정애ㆍ장하나 민주당 의원과 함께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고용률 70% 로드맵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여성을 위한다는 시간제 일자리 도입을 골자로 한 고용률 70% 로드맵에 대해 정작 여성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주목된다.

전국여성노조·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와 민주당·진보정의당 의원들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고용률 70% 로드맵은 더 열악한 일자리만 양산하고 여성노동권을 더 약화시키는 최악의 로드맵”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4일 2017년까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93만개를 포함한 총 23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했다. 시간제 일자리 대상이 경력단절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임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성계는 이날 "정부가 일자리의 질과 여성노동권에 대한 고려 없이 고용률 제고의 수단으로 여성을 이용하려 한다"고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슈퍼우먼 강요하는 정부=이날 여성계는 “박근혜 정부 로드맵의 핵심인 시간제 일자리에서 2010년 여성부가 제안한 ‘퍼플 잡’이 떠오른다”며 “당시 유연근무제인 시간제노동을 통해서 여성이 일도 하면서 가정도 챙길 수 있다는 취지로 제안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퍼플 잡’은 여성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조건에만 머물게 하는 일자리라는 비판을 받아았음을 상기시켰다. 여성계는 “박 정부가 말하는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는 수식어만 달라졌을 뿐 열악한 일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는 여성에게 슈퍼우먼이 되기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시간제 근로자 중 여성의 비율은 73%로 압도적이다. 가정에 있는 여성을 시간제 일자리로 유혹해 고용시장에 진입하도록 한다는 정부의 계획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여성계는 시간제 일자리 정책이 추진될 경우 '남성=정규직, 여성=가사+보조벌이'라는 전근대적인 구조가 고착화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남윤인순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정부 정책은 사실상 여성에게 시간제 일자리를 강요하는 것"이라며 "남성은 전 시간 일자리를 담당하고 여성에게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주문하는 사회분위기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도 "시간제 일자리는 남자가 주로 일하고 여자가 보조하는 가정을 꾸린다는 기본 사고에서 출발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먹고살 수 있는 일자리 질이 핵심”=시간제 일자리가 용돈이나 자녀 학원비를 대는 수준의 벌이밖에 되지 않는 현실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8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시간제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60만7천원이었다. 올해 1~3월 평균임금은 65만1천원이다. 시간제 일자리의 대부분이 서비스 직종인 까닭에 경기변동이나 시기에 따라 임금이 들쑥날쑥하다. 때문에 여성계는 시간제 일자리에 대해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고용조건에만 머물게 하는 일자리"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0년 고용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시간제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국가의 경우 다수 여성들이 양육책임을 벗은 연령에 도달해도 시간제 근로에 계속 종사하고 있었다. 여성의 경력개발을 방해하고 은퇴연령에서의 빈곤을 초래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성계는 “일자리의 기본 전제조건은 생활임금의 현실화, 전일제 전환 가능, 승진과 복지혜택 등에서 전일제 정규직과 다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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