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들이 학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8일 오전 전교조(위원장 박영환)는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실 CCTV 설치를 유도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학교 복도·계단 등 시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 2월 대전 초등학교 교사가 흉기로 학생을 살해한 사건을 계기로, 학생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추진됐다. 개정안에서 교실은 원칙적으로 설치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학교장이 제안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치면 설치할 수 있도록 해 사실상 교실 CCTV 확대를 열어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교조는 법이 시행되면 교사가 폭력이나 자해를 막는 데 필요한 순간에도 물리적 제재를 주저하게 될 것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특히 특수교사는 위기상황에서 학생을 밀착 보호할 때가 많은데, 영상이 악의적으로 편집돼 아동학대 신고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위험 요소로 꼽았다. 또 ‘누군가 지켜본다’는 인식은 교사의 수업 자율성뿐 아니라 학생의 성장 기회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박영환 위원장은 “교육위 위원들은 교사들이 신고 부담 때문에 민원을 피할 정도의 수업만 하며 버티는 현실을 잘 알 텐데, 왜 이런 법안을 통과시켰는지 의문”이라며 “학교장에게 교실 CCTV를 설치해 달라는 민원이 폭증해 도입 취지와 달리 교육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에서도 CCTV 필요시 학교장과 학운위 심의를 거치면 설치할 수 있어 이미 교실 CCTV 916대가 운영 중이다.
홍순희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교실이 감시의 공간으로 바뀌면 교육은 정체되고 학생은 침묵하며 교사는 방어적으로 변한다”며 “CCTV보다 학생·교사·보호자가 신뢰와 협력을 키우는 교육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교원단체도 한목소리로 우려를 제기했다. 한국교총은 “교실은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이 보장돼야 할 공간인데 개정안에는 설치 기준도 없고 대책도 없다”며 “이 모호성은 외부 압력에 취약한 학교장에게 교실 CCTV 설치를 강요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꼬집었다. 교사노조연맹은 “교실의 범위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아 체육관 등 일상 교육이 이뤄지는 모든 공간이 CCTV 필수 설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동공간이 아닌 교육공간은 전원 동의를 통해서만 설치를 허용하고, 교실 CCTV 예외 조항을 재검토해 삭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CCTV는 학생과 교사를 포함한 약자를 보호하는 장치로, 교사를 잠재적 가해자로 본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며 “다만 설치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는데 찬반을 넘어 모두가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