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점곤 서울시버스노조 위원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했다. <서울시버스노조>

통상임금을 둘러싼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갈등이 재점화하고 있다. 서울시버스노조는 지난 2일 19개 버스회사 대표자들을 임금체불로 고발했다. 4일부터는 서울시청 앞에서 피켓 시위에 나섰다.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라는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 됐는데, 이를 아직도 지급하지 않아 임금체불을 하고 있다는 이유다.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약을 아직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각자의 임금산식을 내밀었는데,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동아운수 통상임금 항소심 판결을 보고 이에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동아운수 사건 판결이 나왔는데도 노사는 평행선을 긋고 있다. 동아운수 사건 재판부는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이용한 임금체불액 계산시에는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노동시간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사는 각자 자신들의 주장이 인정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법원 상고를 검토 중이다. <매일노동뉴스>가 7일 판결문을 톺아보고 쟁점들을 짚어 봤다.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이고
통상임금 산정시간은 176시간”

서울고법 1-3민사부(재판장 최성보)는 2015년 동아운수 버스노동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산입시켜달라며 사쪽에 제기한 통상임금 청구소송에서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성과 일률성을 충족하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10월29일 판결했다.

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월 176시간으로 판시했다. 산정 기준시간은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갈등의 쟁점 중 하나다. 산정 기준시간이 늘수록 통상임금은 줄고, 노동자의 몫은 작아지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한 달에 22일, 하루 8시간을 일하는 것을 전제로 급여체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산정 기준시간 176시간을 주장했는데, 재판부가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쪽은 교섭에서 일반적인 주 40시간 근무제 기준시간인 209시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 노동시간은 소정근로시간 40시간에 유급휴가 8시간을 더한 48시간이고, 한 달은 평균 4.345주인데 여기에 48시간을 곱하면 209시간이 나온다.

법원, 실근로시간으로 수당 계산
사용자, 노조에 판결 수용 요구

주목해야 할 지점은 연장근로수당 계산식이다. 재판부는 연장근로수당을 매일의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개별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노사는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를 활용해 노동시간을 계산하고 있는데, 간주근로시간이 아니라 실근로시간을 사용해 계산하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산식으로는 18억9천500여만원이지만, 재판부 산식으로 판결한 금액은 8억4천300만원이다.

동아운수 노사는 사업장 밖 간주근로시간제를 활용해 노동시간을 측정하고 임금을 셈한다. 간주근로시간제는 노동자가 사업장 밖에서 일해 실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울 때, 정해진 시간만큼 일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서울 시내버스 노동자들은 새벽부터 출근하는 오전조와 자정까지 일하는 오후조로 나뉘어 근무하며, 순번제로 토요일 근무도 한다. 노동시간은 도로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노사는 주간 5일은 하루 기본근로 8시간, 연장근로 1시간을 포함한 9시간으로 정했다. 오전조는 연장근로 2시간, 오후조는 연장근로 3시간으로 정하고 토요일 근무는 연장근로 5시간으로 셈하기로 했다.

사용자쪽은 이번 판결이 간주근로시간제로 정한 노동시간이 아니라 실노동시간을 기준으로 통상임금 차액에 따른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하도록 판결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번 판결을 참고해 임단협을 진행하기로 한 만큼, 노조가 이번 판결을 수용해 합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최종 금액과 판결문 내용 달라
노조 “노동자 주장 모두 인용한 판결”

다만 판결문 내용을 보면 사실상 노동자 입장을 반영한 내용이라는 풀이도 가능하다. 재판부는 “노사 간에 실제 근로시간과 다른 근로시간 간주를 합의한 경우라면 사용자는 실제 근로시간이 합의한 근로시간에 미달함을 이유로 근무시간을 다투는 것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의 실제 근로시간을 주장하며 이 사건 보장시간을 다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노동자의 손을 들었다.

판결대로라면 간주근로시간제에 따라 노사가 합의한 근로시간을 재산정한 통상시급에 곱해 임금액을 산출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재판부의 판결문에서도 인용 금액에 대해 1일 8시간 기본근로와 1시간 연장근로, 오전반 2시간 근무자와 오후반 3시반 근무자의 야간근로, 토요일 5시간의 연장근로에 대해 “상여금을 포함해 재산정한 통상시급으로 계산한 금액에서 기 지급받은 금액을 제외한 금액”을 인용금액으로 판단한 내용이 있다. 간주근로시간제로 인한 근로시간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노조는 판결 이유와 판결 금액이 다른 이유는 재판부의 단순 계산 실수에 따른 것으로, 노조의 주장을 모두 인용한 판결이라고 해석하며 노조 입장을 반영해 임단협을 체결할 것을 사용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다만 혼란을 없애기 위해 대법원에 상고한다는 입장이다.

키워드

#통상임금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