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홍준표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자료사진 홍준표 기자>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라 뒤늦게 지급된 임금에 대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정산보험료를 추가 부과한 것은 무효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보험료 징수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둘러싼 해석이 당시 법원마다 달랐던 점을 들어 “하자가 중대·명백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제소기간을 넘긴 뒤 제기된 무효확인·부당이득 청구에 제동을 건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이상덕)는 A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험료부과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사는 소속 노동자들이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해 2011~2015년치 추가 임금을 지급한 뒤, 공단이 2022년 5월 해당 금액을 기준으로 정산보험료 4천852만620원을 추가 부과하자 “이미 시효가 완성돼 부과가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처분 무효를 주장했다.

A사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하자 수년 전 귀속분의 임금을 뒤늦게 지급했다. 공단은 “지급 시기가 늦었을 뿐 임금은 임금”이라며 보수월액보험료를 다시 산정했고, A사는 이를 납부했다. 이후 비슷한 상황이었던 여러 기업이 2020~2023년 사이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다. 이 판결들을 본 A사는 제소기간(90일)을 넘긴 뒤였지만 “애초에 무효인 처분이라 기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며 무효확인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을 ‘정산보험료 징수권의 소멸시효가 언제부터 진행되느냐’에 두고 판단했다. 통상임금 소송은 통상 5~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아, 뒤늦게 지급된 임금을 ‘귀속연도 보수’로 볼지 ‘지급 시점 보수’로 볼지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았다. 실제로 다른 기업을 둘러싼 1심 판결은 상반됐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는 방식으로 일관된 법리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였다.

재판부는 “당시 법 해석이 엇갈리고 있었기 때문에 공단이 채택한 해석이 명백히 잘못됐다고 볼 수 없다”며 하자가 명백하다는 A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처분이 무효가 되려면 누구나 외관상 하자를 쉽게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해야 하는데, 이 사건은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더불어 “A사가 처분 직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면 구제 가능성이 있었지만, 제소기간을 넘긴 뒤 무효확인으로 다투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정산보험료 부담은 임금 지급시 노동자에게 공제 처리할 수도 있는 문제였고, 회사가 이를 하지 않은 사정만으로 공단 처분을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추가 임금지급이 수년 지연된 경우라도 건보료 부과 자체가 무효가 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확인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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