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과 포스코그룹노동조합연대가 국회 철강포럼 의원들과 함께 4일 국회 소통관에서 K-스틸법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가 위기에 빠진 철강산업을 특수강 위주로 재편하는 계획을 꺼냈다. 범용상품을 줄인다는 계획인데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현 정책만으로는 생존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조속히 구성해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4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범부처 합동으로 열고 철근 생산설비를 구조조정하고 고부가·저탄소 특수강 위주로 생산품을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역경제 어려움을 고려한 ‘보릿고개’ 극복에 나서고, 연구개발(R&D) 투자 등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9월 발표한 철강 수출 공급망 강화 보증상품 등 신용지원 5천700억원도 차질 없이 공급한다고 덧붙였다.

시장 자율 맡기되 부진하면 구조조정 촉진

설비 구조조정의 핵심은 대표적 범용재인 철근을 줄이는 데 있다. 정부는 △경쟁력 약화 품목 중 기업 설비 조정계획이 있는 경우 지원 △시장 자율적 조정계획이 미진한 때 자율 조정계획 도출을 위한 여건 조성 △경쟁력 유지품목 선제투자를 3대 원칙으로 삼았다. 철근은 범용재 공급이 과잉돼 경쟁력이 약한데 시장 자율적 조정계획도 미진한 상황이라 설비 조정 중점 대상으로 선정했다.

정부가 철강산업 정책을 발표한 데는 최근 계속된 산업 침체가 있다. 이미 중국산 철강의 공습으로 공급과잉 상태가 된 철강은 이후 국내 건설업 불황에 따른 내수 부진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50% 관세 부과 여파로 삼중고에 빠졌다. 업계 영업이익률은 2021년 코로나19 극복 시기 13.1%로 높은 실적을 기록한 뒤 2022년 6.2%로 반토막 났고 지난해 2.7%까지 감소했다.

공급과잉은 최근 다시 심화하고 있다. 2015년 세계시장 공급과잉량은 7억8천톤을 찍은 뒤 2021년 4억7천톤까지 하락했지만 이듬해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5억9천톤을 기록했고 2027년에는 7억톤 내외가 예상된다. 대표적인 공급과잉국인 중국은 설비를 줄이면서 대응했지만 인도 같은 신흥국의 자국 내 생산량이 확대되면서 갈길 잃은 철강이 세계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이 관세를 강화하고, EU도 무관세쿼터를 줄이는 등 장벽을 높이고 있다. 우리 철강을 주로 소비했던 국내 건설업은 건설기성 증가율이 2022년 12.4%에서 지난해 –3.2%까지 침체했다.

노동계 국회·대통령실 앞 잇단 외침
“직접적 고용불안, 일자리 위기 마주해”

노동자들은 정부 대책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한국노총과 금속노련, 그리고 포스코노조연대는 이날 국회 소통관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철강대책을 주문했다. 포스코노조연대는 “기업은 단기적 수익과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고 노동자는 직접적 고용불안과 일자리 위기에 있다”고 토로했다.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은 “포스코노조가 나왔다는 것은 지역의 중소·중견기업은 이미 무너졌고 포스코마저 위험하다는 의미”라며 “지금이 철강산업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자들은 국회에 계류 중인 철강산업 진흥 및 탈탄소 전환 촉진을 위한 특별법, 이른바 ‘K-스틸법’을 조속히 입법하라고 촉구했다. 이 법안은 △대통령직속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설치 △녹색철강 기술 지원 강화 △녹색철강 특구 지정 △불공정 무역(관세 등) 대응 △산업 재편 및 수급 조절 지원 △수요 창출 노력 등을 담고 있다.

노조는 입법과 함께 △노동자 참여형 노사정 협의체 구성 △전력비 부담 완화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재정과 연구개발 지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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