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지엠이 6년전 별도 법인으로 떼어낸 R&D법인 GMTCK를 이번엔 인천 청라지구로 쪼갠다. 내년까지 580명을 이전하고, 2028년까지 2천명을 더 옮긴다는 계획이다.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지엠은 지난 8월께 이런 방침을 정하고 노조와 추진을 협의하고 있다. 이전 대상 선별과 잔류 뒤 고용 등의 문제가 불확실해 노조는 우려하고 있다.

초기 이전 인원은 280명으로, GMTCK 버추얼팀 등이다. 자동차 소프트웨어 구동부문으로 알려졌다. GMTCK 디자인센터와 생산라인과 직접 연결된 연구조직 등은 후순위다.

단순한 연구조직 이전으로 보기엔 공교롭다. GMTCK를 떼어낸 것은 연구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불필요한 내부거래를 발생시킨 무리한 분사로 꼽힌다. 이번엔 해당 법인을 다시 지역이 다른 사업장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라 업무 비효율성 지적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최근 불거진 한국지엠의 자산매각과 맞물려 한국지엠의 역량을 갉아먹는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지엠은 지난 5월 부평공장 유휴부지와 9개 직영정비사업소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에 따른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라지만, 가뜩이나 내수시장 점유율이 낮은 상황에서 정비사업 철수를 밝히면서 내수를 아예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노사교섭 과정에서 자산매각 재검토 논의가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수시장에 신차 출시는 지연하는 상황이다.

GMTCK 이전은 한국지엠의 자동차 연구역량 악화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GMTCK는 국제적인 지엠의 연구소 가운데 미국 본사 연구소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2021년 리노베이션을 통해 각종 연구공간을 증설했고 전기차 개발 관련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도 GMTCK의 연구역량을 통해 개발한 국내 전기차는 없다. GMTCK는 뷰익 쿠페형 차종인 엔비스타를 개발했지만 생산량은 전량 미국에 수출돼 국내에 출시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연구조직을 쪼개면 연구역량 보존에 빨간불이 켜진다.

외국인투자 관련 약정 위반 가능성도 있다. 한국지엠은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한국 정부와 지방정부의 막대한 세제 혜택을 받고 있다. 여기에 포함된 게 공장부지 무상임대다. 부평공장 등이 해당하는데, GMTCK 조직을 청라로 이전하면 관련한 투자 약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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