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국민주권정부, 노동존중사회를 지향하는 새 정부 기치에 맞게 고등학교만 나와도 좋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제도와 예산을 꼭 마련하겠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직업계고 학생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5일 특성화고 학생·교사와 함께 영화 <3학년 2학기>를 관람하기도 한 김 장관은 이란희 감독 인터뷰 기사를 언급하며 “학생들에게 실습 현장이 ‘벌 받는 곳’이 돼선 안 된다는 말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학생들이 자기 일을 보람 있게 할 수 있도록 정책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직업계고 학생들에게 실습 현장은 ‘벌 받는 곳’을 넘어, 평범한 일상을 위협하는 위험한 곳이다. 실제로 여러 학생들이 자동차를 만들다가, 콜센터에서 전화를 받다가, 생수를 포장·운반하다가, 햄을 만들다가 스러져갔다. 영화 <3학년 2학기>를 보는 내내 관객들이 기계 소리만 들어도 움츠리게 된 데에는 뉴스 등을 통해 그만큼 많은 현장실습생들의 사망사고를 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장실습생에게는 2022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조차 모호하다. 규정 일부를 현장실습생에게 준용하는 특례조항이 마련된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리, 특례조항이 없는 데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나 사업의 수행을 위해 대가를 목적으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서’에도 중대재해처벌법에 특례규정이 없어서 현장실습생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장실습생 산재사고는 근본적으로 취약한 지위와 무관치 않다. 이들은 학생도 노동자도 아닌 회색지대에 놓인 존재들이다. 정부가 2017년 현장실습을 학습중심으로 개편하면서 현장실습생을 학생으로 정의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값싼 노동력’으로 취급되고 있다. 일반 직원과 다를 바 없이 일해도 노동자로서 법적 보호는 동일하게 받지 못해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3학년 2학기> 상영회 당일 김 장관은 “모든 예비 노동자들의 첫 직장이 설렐 수 있도록 정부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2학기가 시작되고 현장실습을 나가는 학생들에게 실습현장이 첫 직장의 설렘만 느낄 수 있는 곳이 되려면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재명 정부의 중대재해 근절 의지가 학교와 실습현장에도 가닿아야 한다.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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