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이후 연일 중대재해 근절을 강조하면서 ‘산재와의 전쟁’에 나선 가운데, 국정과제는 산재예방에 노동자 참여를 확대하고 기업 공시와 처벌 신설 등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골격을 갖췄다.

이재명 정부가 사고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산업안전보건정책을 추진한다. 현재 0.39‰에서 0.29‰로 감축한다는 계획이다.

13일 국정기획위원회가 ‘일하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고 안전한 나라’를 위해 제시한 실천 과제를 보면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노동안전보건 법체계 구축을 포함해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실효적 산재 예방대책 마련 △산업안전보건행정의 전문화·첨단화 △산재보험 선 보장, 전국민 산재보험, 신속 처리 실현 등 산재보험제도 혁신 △작업중지권 등 노동자 참여권 강화로 안전한 일터 조성 △새로운 유해·위험으로부터 일하는 사람 보호 등 6가지로 구성돼 있다.

원·하청 안전보건협의체 구성 의무화
노동자 작업중지권 확대

원·하청 안전보건협의체 구성을 의무화하는 원·하청 공동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산업안전보건법 75조에 따르면 공사금액 120억원 이상의 건설공사를 하는 도급인은 노사 동수로 구성되는 안전·보건에 관한 협의체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 이를 의무화하고, 공사금액도 ‘50억원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공공기관과 사내하청이 있는 50명 이상 제조업 사업장에 원·하청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구성을 의무화하고 하청 노사 참여를 보장한다.

노동자의 작업중지권도 확대한다. 현행법상 노동자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다. 이를 급박한 위험이 발생될 ‘우려(유해·위험 발생 농후시)가 있는 경우’ 사업주에게 작업중지와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개정한다는 취지다. 또 작업중지권을 정당하게 했을 때 해고나 징계 등 불리한 처우를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도록 한다. 다만 작업중지권 행사의 주체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고, 해당 규정을 개정한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아 특수고용직 등은 제외될 전망이다.

안전보건공시제 도입
위험성평가 벌칙 조항 신설

‘안전보건공시제’도 도입한다. 이는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제 △안전보건투자 규모 △전년도 안전보건 활동실적 및 차년도 활동계획 △산재발생현황 △재해 발생시 재발방지 대책 수립 및 이행계획 등을 공개하는 제도다. 500명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하고 300명 사업장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안전보건공시제 도입시 산재사망사고 반복으로 안전관리에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SPC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위험성평가 제도도 개편한다. 사업주 책임 강화를 위해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을 때 벌칙 조항을 신설한다. 위험성평가는 윤석열 정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에서 핵심 내용 중 하나였다. 그런데 ‘자율규제’만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2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아리셀은 위험성평가에서 3년 연속 우수 사업장으로 선정돼 산재보험요율을 감면받은 바 있다. 평가 미실시뿐만 아니라 △노동자 미참여 △감소대책 미이행 △위험성평가 결과 노동자 미공유 같은 필수절차를 누락했을 때에도 벌칙을 적용한다.

업무상 재해 조사기간 90일 이내 제한
야간노동자 근무형태 변경요구권·건강진단제도 신설

산재예방이 업무상 사고만의 문제는 아닌 만큼 업무상 질병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산재 처리 기간 단축을 위해 업무상 재해 조사기간을 법정화하고 재해조사기간 초과시 산재보험급여를 우선 지급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기간은 산재 신청 후 ‘90일 이내’로 하되 특별진찰·역학조사 같은 의학자문시 ‘180일 이내’로 한다.

야간노동자 과로사·과로자살 방지를 위한 대책도 마련한다. 주요 내용은 야간근로 종사자 최소 휴게·휴가·휴일, 최장 노동시간과 연속근무일의 한도 등을 규정·지원하고, 근무형태 변경요구권과 건강진단제도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다만 건강진단의 경우 택배·배달 종사자 등에 대한 비용 부담을 누가 할 것인지 문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노동계에서는 근로기준법에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야간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한하는 제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이러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정부 산업안전보건정책의 방향이 대기업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정과제에 소규모 사업장 지원 정책 확대가 포함돼 있지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안전보건공단 지원 예산이 크게 늘었지만 지원 자체가 공급자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며 ”중대재해가 소규모 사업장에 집중돼 있는 만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책 일변도면 실효성이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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