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이주노동자 ‘정주 금지’ 기조를 ‘정주 유도’로 전면 전환한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총망라하는 로드맵을 마련하고, 가칭 ‘일하는 외국인 기본법’을 제정한다. 노동시장 수요에 따라 외국인을 도입하되,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저숙련·저임금 외국인 남용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을 완화하고, 이주노동자 인권을 개선하는 등 외국인력 도입 정책의 큰 폭 전환이 예상된다.
“노동시장 충격, 노동조건 저하 최소화”
국내 이주노동자 통합지원체계 구축
<매일노동뉴스>는 국정기획위원회가 대통령실에 보고한 노동부문 국정과제 문건을 10일 입수했다. 국정기획위 보고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에 모든 ‘일하는 외국인’에 대한 통합지원 로드맵을 만든다. 가칭 ‘일하는 외국인 기본법’을 제정하거나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을 개정해 법적 근거를 만든다.
노동시장 전망을 바탕으로 전체 취업가능 외국인의 분야·직능수준별 수급을 설계할 예정이다. 내외국인 노동인력에 대한 데이터를 개선하고 분야별 수요조사를 하는 등 과학적으로 수급관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는 올해 1월 ‘비자 발급규모 사전공표제’ 시행계획을 밝힌 바 있다. 비자종류별 인력 부족 규모와 외국인 유입 영향 등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비자 발급규모를 사전에 파악하는 제도다.
이런 계획은 지난 정부에서 조선업과 서비스업 등에서 정확한 수요 예측 없이 재계 요구에만 근거해 무분별하게 외국인력을 도입하는 바람에 내국인 노동조건까지 저하한다는 비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는 보고서에서 “저숙련 외국인 노동력 남용에 따른 노동시장 충격과 노동조건 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쿼터를 객관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합지원 로드맵 일환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특화지원 체계도 만든다. 노동과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산재 예방 교육과 한국어교육훈련, 고용서비스 지원은 확대하며, 이주노동자를 괴롭히는 사업주는 처벌을 강화한다는 기조다.
이주노동자 ‘지게차 학대’ 사업주가 없도록, 축적 데이터와 지원기관을 활용해 외국인고용 취약 사업장을 선제 발굴한다. 괴롭힘과 임금체불 등 발생시에는 즉각 조치하고, 현재 3년간 고용을 제한하는 패널티를 더 강화한다.
‘비닐하우스 숙소’ 등으로 문제가 됐던 이주노동자 주거환경도 주거시설 요건 위반시 제재를 강화하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 지원사업을 연계해 주거환경 개선을 추진한다. 취업가능 외국인에 취업알선 등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주배경청년 노동자에는 취업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폭 축소한 민간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사업을 복원하고 확대한다.
고용허가제 개편, 출국 절차 없이 3년 단위 체류 연장
정부는 ‘정주 금지 기조’의 핵심인 고용허가제(E-9)를 올해 개편한다. ‘노동허가제’ 요소를 도입한다.
출국 절차 없이 3년 단위로 체류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이주노동자는 최장 4년10개월 국내에서 체류하면 반드시 출국해야 한다. 출국 6개월이 지나야만 재입국해 다시 최장 4년10개월 체류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았지만 고용노동부 기존 검토안이 유력해 보인다. 노동부는 지난해 말 동일 사업장 2년 이상 근무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이주노동자에 한해서, 출국 절차 없이 3년 단위로 체류기간을 연장해 10년 이상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인고용법 개정안 발의를 검토한 바 있다.
사업장 이동 제한은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영세 업체 구인난을 방지하기 위해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 사업주 동의를 얻었을 경우와 사업장 폐업·임금체불·폭행 및 성폭행 등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했을 경우만 가능하다. 다만 사업주 동의가 있어도 3년간 3번이 최대고, 재고용시 1년10개월간 3회 이상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
비숙련 인력인 E-9 인력을 전문인력(E-7)으로 전환을 촉진시키기 위해 숙련양성체계를 구축하고, 이들의 가족 이주와 지역사회 정착을 유도하기로 했다. E-9 비자 이주노동자들의 지역 정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체류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고용허가 신청 사업주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노동관계법 위반과 산재발생률 등 심사를 강화하고, 사전교육도 강화한다.
건설현장 외국인 이동제한 규제 합리화
국정기획위는 건설 분야 취약노동자 보호대책도 내놓았는데 내국인 노동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건설 현장 간 이주노동자 이동제한 규제 합리화다. 현행 제도는 한 현장의 공사가 완료 또는 중단돼야 다른 현장으로 외국인력을 옮기도록 규정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효율을 개선하겠다는 의도다. 아파트 골조 공사의 경우 지하층 6개월, 지상층 8개월, 마감 공사 2개월 순서로 진행되는데 통상 지상층 공사만 이주노동자가 한다. 현 규제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지하층과 마감 공사가 이어지는 동안 현장에 대기하며 일을 쉬어야 한다.
E-7비자 중 일반기능인력(E-7-3)에 건설업을 추가하고, 특화비자를 신설하며 외국인 관리도 체계화하기로 했다. E-7-3비자는 직종이 점차 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건설기계제조업 용접·도장원 △ 자동차부품제조업 성형·용접·금형원 △자동차종합수리업 판금·도장 △도축원 4개 분야에 시범 도입되며 11개 직종이 E-7-3비자에 포함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