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는 올해 초 대의원대회에서 이미 7월 총파업을 결의하고 준비해 왔다. 제조업의 나라 한국에서 주력산업인 자동차와 철강·조선을 모두 조직화한 금속노조는 공단과 간접고용 노동자, 불법파견 노동자까지 포괄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에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 금속노조가 올해 “정권 초 노동자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총파업에 나선다. 장창열(59·사진) 금속노조 위원장을 지난 9일 오후 서울 중구 금속노조 위원장실에서 만났다.
“민주당은 보수당, 대선 당시 노동자 요구안 지속 후퇴시켜”
- 7월 총파업에 나서는 이유가 뭔지.
“더불어민주당은 보수정당이다. 국민의힘과 차이가 있지만 노동자를 대하는 태도 등에서는 역사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 도리어 정리해고 도입 같은 퇴행은 역대 민주당 정부에서 이뤄졌다. 지금 정권 초기에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지 않으면 내년 이후 더욱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본다. 실제로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후보 시절 금속노조와 정책협약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요구안을 지속해서 후퇴시켰다. 의미가 없다고 보고 중단했다. 이런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16일 총파업을 결의했고 요구를 전달하려고 한다.”
- 총파업 요구는 무엇인지.
“노정교섭이다. 제조산업을 조직화한 금속노조다 보니 산업공동화 수준이 체감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뒤 추진하는 관세정책 영향으로 압박이 더 크다. 관세가 특히 자동차와 철강 같은 우리 제조업 분야를 직격하고 있다. 완성차는 당장 데미지가 적을 수 있지만 부품사 피해는 막대할 것이다. 자생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노사 간 쟁점을 넘어서 있다. 노정교섭이 필요하다.
다음은 산업안전이다. 실질적 작업중지권 확보가 중요하다. 노조가 통계를 내 보니 지난해 노조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24건이 발생해 노동자 20명이 사망했다.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도 6월까지 13건가량 중대재해가 발생해 15명이 사망했다. 심각한 문제다. 사용자가 더 산업안전에 신경 쓰고 비용을 지불해 안전한 근무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대체 언제까지 죽음의 행렬을 이을 것이냐. 최우선 과제다.”
- 준비는 어떤지.
“산별중앙교섭은 지난달 교섭결렬 뒤 조정신청을 이달 4일에 했다. 9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가 있었다. 현재 시점에서는 8만여명가량의 파업 참여를 예상한다. 조직화 노력에 따라 이 12만명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4월26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전국을 순회했다. 현대자동차지부와 한국지엠지부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함께 방문해 총파업 독려를 했다. 파업에서 중요한 것은 조합원의 의지다. 총파업을 왜 하는지, 어떤 의미로 하는지 설명했다.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도 강조했다. 현재 노조법 2·3조 개정과 노조탄압용 타임오프, 노조 회계공시, 그리고 방위산업 노동자의 쟁의권 확보 문제 등을 포함해 7월 총파업 의미를 강조했다. 이밖에도 현장에서 계속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총파업 준비가 쉽지 않지만 필요하다.”
“노조회계 공시는 노조에 대한 모욕”
- 노조회계 공시와 관련해 금속노조는 줄곧 폐기를 주장하며 공시에 불참했다.
“회계공시 요구는 노조에 대한 모욕이었다. 노조 집행부는 노조의 자주성을 지켜야 한다. 그래서 정권이 노조회계 공시를 시행령을 개정해 도입했지만 우리는 당당히 거부했다. 모든 간부가 거부하자고 한 것은 아니다. 상당한 이견이 있었다. 다만 노조회계 공시를 거부하자는 목소리에 노조의 자주성을 지켜야 한다는 대의가 있으니 공개적으로 표출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제는 새 정부가 들어섰고 법을 바꾸는 문제가 아니라 시행령만 개정하는 수준이므로 여당만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보여진다. 그래서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타임오프는 노조에 타격이 크다. 간부의 활동을 제약하는 문제다. 거기다 급여문제까지 걸린다. 간부의 활동이 제한되면 일반 조합원에게도 피해가 간다. 실질적 피해는 일반 조합원이 입는 것이다. 명운을 걸고 타임오프 자율화를 위해 싸워 볼 계획이다. 국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노사 자치의 문제이지 않나.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갈등만 조장했다.”
- 이번 정부에서 노정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는지.
“정부가 여러 문제에서 입장을 관철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노조법 2·3조 개정과 초기업교섭 활성화 등 다양한 과제가 있는데 이재명 정부의 생각을 밀어붙여서는 어렵다. 노정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선행 조건이 있다. 우선 기업별 노사관계를 산별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산업전환과 기후대응 같은 위기를 극복할 공동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노동을 배제하면 실질적인 위기극복 기회를 갖기 어렵다. 집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동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 올해 교섭 의제는 작업중지권 실질화로 그 필요성은 잘 알려져 있다. 그외 다른 주목하는 의제가 있다면.
“최저임금이다.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기조를 관철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에서는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사업장이 많다. 당사자들의 불만과 어려움이 누적돼 있다. 최근 위니아전자가 파산했는데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복수노조에 따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복수노조는 사용자가 노조를 와해시키거나 탄압하기 위해 너무나 손쉬운 장치가 되고 있다. 복수노조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현장이 120곳이 넘는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관세압박으로 물량 이전 논의 현실화 우려 커”
- 관세를 비롯한 통상 문제가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고, 노조에도 타격이 클 텐데.
“장기적으로는 물량 이전 논의가 나올 수 있어 경계하고 있다.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향후 물량까지 옮기면 국내 완성차와 부품사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고 국내 기업들이 미국에 차량 20만~50만대 생산을 늘리면 우리 피해가 크다. 완성차는 버티는 시간이 있더라도 부품사에 가해지는 위협이 크다. 물량이 계속 감소하면 국내공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질 텐데 10년 후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이미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일부 기능전환까지 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완성차가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있는 배경과 맞물려 있다. 이 자리를 모두 촉탁직이 채우고 있는데 현대차 기준 규모만 5천명으로 추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