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나 고공농성 425일째를 맞은 한국옵티칼 해고사태 해결을 호소했다. 이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구미 공장부터 국회까지 350킬로미터를 걸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부디 노동자의 간절한 목소리를 국회가 들어달라”고 했다.
금속노조는 7일 오전 의장실에서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과 김 지도위원, 최현환 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 등이 우 의장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 위원장 등을 만나 한국옵티칼 해고사태 해결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지난달 7일부터 23일간 구미에서 국회까지 노동자·시민과 함께 걷는 ‘희망뚜벅이’ 캠페인을 제안하고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함께 걸었다.
우 의장 “1월13일 일 외무대신 만나 노력”
우 의장은 “희망뚜벅이를 통해 350킬로미터를 걸어오셨다”며 “절절한 마음이 350킬로미터라는 말 속에 다 들어가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투자기업이 하는 여러 행태를 보면서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아직 해결되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지난 1월13일 일본 외무대신을 만나 이야기를 전하고 일본대사관쪽으로 연결하면서 해결하려는데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고공농성을 해보지 않았다면 오늘 425일째인 박정혜, 소현숙 두 노동자를 나도 외면했을 것”이라며 “건강 상태가 국회까지 걸을 여건이 되지 않았지만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진중공업 고공농성) 희망버스 때 국회의원 몇 분이 맨 앞에 서고 물대포와 최루액을 맞았고, 이후 재벌총수를 12년만에 국정감사에 불러내 사과를 받았다”며 “그런 힘들이 내가 살아서 내려올 수 있었던 힘이었고, 참담한 고공농성 기록을 갱신해가는 정치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노동자가 노은 곳에 올라야만 사회가 관심을 갖는 것 자체가 마음이 아프다”며 “회사가 교섭 테이블에 나와야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 그 자체가 원천 봉쇄됐고 긴 시간 고공농성하는 두 노동자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말했다.
민병덕 을지로위원장 “평택 같은 업체 있는데, 신의 없다”
민병덕 민주당 을지로위원장은 “평택에 똑같은 업체가 있는데 고용을 거부하고 있는 것은 국제적으로 보기에도 회사가 신의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옵티칼은) 노동자가 일해서 6조3천억원을 일본에 송금할 수 있도록 벌어들였는데 화재보험금만 챙기고 노동자를 외면한 것은 신의성실에 원칙에 너무 반한다”고 말했다. 한국옵티칼 모회사인 일본 니토덴코 그룹은 평택에 한국옵티칼과 똑같은 LCD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한국니토옵티칼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옵티칼 구미공장이 2022년 화재로 전소한 뒤 물량을 모두 옮겨 생산하고 있다. 법인을 청산한다며 한국옵티칼 노동자를 모두 해고한 니토덴코는 한국니토옵티칼에서만 30명가량 신규채용을 했다.
이날 노조는 우 의장에게 노동·시민사회단체 267곳이 연명한 시민단체 서한도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한국옵티칼 여성 노동자는 425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며 “김진숙 노동자의 309일, 박문진 노동자의 227일에 이은 한국 여성노동자 최장기 고공농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 외교적 역할이 절실하다”며 “고공농성까지 감내하며 투쟁하는 이들이 사회적 약자로, 이들의 목소리를 우선해서 듣는 게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 의장과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해 12월3일 오전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를 만나 국회의 해결 노력을 약속했다.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