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운 겨울 옥상에 오를 때 결심했던 마음을 되새기며 자본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고공 생활을 이어 왔습니다. 힘든 시간도, 포기하고 싶은 시간도 많이 있었지만 함께해 준 동지들의 연대와 응원으로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니토덴코는 아직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데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말처럼 저희는 더 질기게 이 투쟁을 이어 나갈 것입니다.”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한 말이다. 해고자인 박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씨가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지난해 1월8일 구미공장 출하장 건물 옥상에 오른 지 1년이 지났다. 시민사회는 이달 10~11일 구미공장 앞에 희망텐트를 치고 이들의 싸움에 연대하기로 했다.
173개 노동·시민단체가 모인 ‘이겨서 땅을 밟을 수 있게’ 시민사회 연대행동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혜와 소현숙,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두 여성 노동자가 하늘감옥에 갇혀 고공농성 최장 기록을 세워 버렸다”며 “이제 더 길어져서는 안 된다. 여성노동자 고공농성 최장기 기록을 종식하고 해고노동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LCD 편광필름을 생산해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에 납품해 온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기업이다. 2003년 외국인투자지역에 입주해 토지 무상임대와 세제 지원 등 혜택을 받은 한국옵티칼은 2022년 10월 구미공장 화재 이후 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사측은 희망퇴직을 수용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해고노동자들은 니토덴코의 또 다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에서 고용승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투쟁은 여성노동자 고공농성 최장기 기록을 썼다. 고공농성이 1년을 넘기면서 시민사회가 구미공장으로 달려간다. 10~11일 고공농성장 앞에서 1박2일 희망텐트촌을 운영한다. 10일 저녁 문화제를 진행하고 시민 오픈마이크를 통해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고공농성자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고 11일 연대와 응원을 보내며 일정은 마무리된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두 여성노동자의 간절한 바람인 고용승계, 노조활동 보장, 먹튀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차가운 겨울밤을 함께 지새운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광장의 목소리가 투쟁하는 노동자의 일터에서도 실현될 수 있도록 함께 마음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