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삼성전자노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5월 발생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피폭 사고에 대해 작업자 개인 과실이 아닌 삼성전자측의 안전관리 부실에 따른 사건으로 결론내렸다. 원안위 최종 조사 결과가 4개월 만에 나오면서 고용노동부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 조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상이냐 질병이냐’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도 원안위 조사 결과가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2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 결과 지난 5월27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방사선 피폭 사건과 관련해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며 “원안위 조사 결과를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방사선에 의한 건강장해 예방을 위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원안위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방사선 안전관리 특별점검 결과 △방사선 작업종사자에게 방사선 취급업무 종사 개시 ‘이후’ 건강진단을 실시한 점 △방사선 작업종사자 2명에게 개인선량계를 최초 취급일 이후 지급한 점 △방사선 작업종사자에게 방사선 업무 종사 개시 ‘이후’ 신규교육을 이수하도록 한 점 등 원자력안전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원안위는 법 위반과 관련해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고, 인터락 배선 오류에 관해 규명되지 않은 사항은 수사 의뢰를 검토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상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경우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한 경우 ‘중대산업재해’로 판단한다. 삼성전자측은 이번 산업재해가 질병에 해당해 중대재해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노동부에 전달한 상태다. 이번 사건으로 재해를 입은 노동자는 2명으로, ‘직업성 질병’으로 해석하면 ‘3명’이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1일 피폭 피해노동자 이용규씨의 산재를 ‘업무상 질병’으로 보고 승인했다. 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서 ‘전리방사선에 노출돼 발생한 급성 방사선증’을 업무상 질병으로 분류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산재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각각 산재보상과 예방으로 차이가 있어 노동부 조사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도 공단이 내린 판단과는 무관하게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상이냐 질병이냐를 두고 전문가들은 피폭 사건이 일회적 사고로 발생한 재해라는 점에서 부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안위 조사 결과 방사선이 방출된 원인은 안전장치인 인터락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피폭에 따른 재해가) 인터락 미작동(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회적 사고에 의한 노출이기 때문에 사고(부상)로 봐야 한다”며 “사고의 원인을 보지 않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정한 직업성 질병 목록에 급성 방사선증이 있으니 질병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행정 편의적 사고 방식으로 본래 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초기 대응 적절했다? 원안위 조사결과 반쪽짜리”
피폭 피해자 전화 인터뷰 … “사측 잘못 인정하고 법의 심판 받아야”

지난 5월27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반도체 장비를 수리하던 노동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기준치보다 최대 188배를 초과한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달 26일 삼성전자의 안전관리가 미흡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피폭을 당해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이용규씨는 27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원안위 발표에 대해 “사측의 사고 초기 대처가 적절하다고 밝힌 부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반쪽짜리 결과”라고 비판했다.

원안위는 삼성전자측이 보고 규정도 초기 조치 규정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씨는 5월28일 피폭의심 사실을 관리자에게 보고한 당일, 당사자들이 원자력병원으로 이송을 요구했는데 묵살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5월28일 이씨는 관리자에게 피폭 의심 사실을 보고한 뒤 약 5시간이 지난 시점에 전문 의료진이 있는 원자력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사내병원(오후 4시20분)과 아주대병원(오후 5시30분)을 방문하면서 시간을 허비한 탓이다. 이씨는 “처음엔 종사자들이 1년마다 방사선 검진을 받는다고 해서 수원에 있는 KMI한국의학연구소로 가고 싶다고 했는데, 사측에서 회사를 믿어 달라고 하면서 사내병원으로 가는 것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당시 사내병원과 아주대병원에서도 제대로 된 진료조차 받지 못했던 이씨는 원자력병원으로 이송을 요구했다. 이씨는 “처음엔 (사업장당 구급차가 1대여서) 경기 남부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안 된다고 했고, 그 다음에는 다시 회사로 모셔 줄 테니 귀가했다가 다음날 병원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신고되는 것을 막기 위해 원자력병원에 보내지 않으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사측은 묵살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아주대병원에서 긴급한 치료가 어렵다는 점을 인지한 뒤 7분 만에 원자력병원으로 출발했다는 입장이다.

이용규씨는 7월부터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피부 재생 관련 치료를 받고 있지만 뼈나 관절 움직임이 예전같지 않다고 한다. 이씨는 “피폭에 따른 피해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어서 평생 리스크를 안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용 회장이나 전영현 DS 부문장은 아직까지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사측은 잘못을 인정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려고 꼼수를 부릴 게 아니라 적절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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