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최후의 수단이다. 파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노조위원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용자쪽이 파업 직전까지 갔던 지난해와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파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인재 유출을 막고 포스코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파업을 할 수 있다. 사용자쪽이 제시할 최종안을 보겠다.”

김성호(49·사진) 포스코노조 위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파업 가능성을 열어 놨다. 지난해 포스코 노사 임금·단체교섭은 55년 만의 파업 가능성으로 주목받았다가 가까스로 타결했다. 올해 임금교섭은 지난해를 재현하는 양상이다. 노사는 지난 6월27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6차례 교섭했다. 노조는 기본급 8.3%(자연상승분 제외) 인상과 근속휴가비 및 구간 확대 등을 요구한 반면 사용자쪽은 기본급 5만원 인상을 최근 제시했다.

“포스코홀딩스, 경영책임 지지 않고 임원 연봉만 챙겨”

- 교섭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다. 지난해와 기시감이 든다. 사용자쪽 태도가 똑같다. 사실 근속 27년이 됐는데, 내내 같았다. 노경협의회, 그러니까 노사협의회로 수렴됐던 과거의 관성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발 경제위기다, 글로벌 경제위기다 하면서 ‘세이브(유보)’해야 한다며 노동자 임금은 동결 수준으로 게걸음했다. 귀족노조라는 외부의 비난 섞인 시선과 달리 수십 년을 일해도 억대 연봉에 미치지 않는다. 시간 외 노동을 모두 채우고 동료 휴가에 따른 대체근무까지 해야 유사하다. 생각보다 포스코 노동자 임금은 저평가가 심하다. 애초에 포스코가 국내에서 좋은 기업으로 인식된 것은 연봉보다 복지정책이었다. 고 박태준 명예회장의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복지수준도 하락했다. 그러면서 박 명예회장 당시의 군대문화는 남아 있어 경직적이다. 이런 원인의 복합적인 결과로 노동자들이 이직하고 있다. 지금 내부에서는 (동료가) 이직하면 박수친다. 남는 사람이 패자다. 이런 점이 19대 집행부 출범이 계기가 됐다.”

- 홀딩스 체제에 비판적인가.
“물론이다. 지금 경영진인 포스코홀딩스의 임원 연봉은 상위 5개 기업에 속한다. 모두 노동자 임금인상을 억제한 결과다. 앞서 말했듯 20년 내내 경제위기를 이야기했다. 그러면 그때 유보금이라도 쌓았어야 할 게 아닌가. 도대체 경영진은 무엇을 했나. 이런 식이면 배임죄로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경영진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나.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경영성과보다 당장의 안위를 중시하다 보니 나타난 결과다. 차라리 오너십이 낫지 않나 하고 고민하게 할 정도다.”

“노조 와해 역사, 청산해야 한다는 각오”

- 노조탈퇴 종용 갈등도 컸다.
“포스코에는 두 번의 노조 와해 역사가 있다. 하나는 1991년이다. 1990년 출범한 노조가 사실상 포스코와 정부의 합작으로 와해됐다. 당시 썼던 수법이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장학금을 주지 않고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 것이었다. 무너졌다. 이후 2018년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생겼지만 또다시 압박과 탄압으로 크게 위축됐다. 승진에서 누락시키고,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정년 뒤 재채용을 하지 않겠다는 협박 등이다. 그리고 이제 포스코노조 19대 집행부가 출범했다. 자신감이 있지 않았겠나. 아니나 다를까 또 시도했다. 올해 1월1일부터 부공장장·파트장이 잇따라 탈퇴했고 근속이 긴 노동자가 우르르 탈퇴했다. 우리는 뼈아픈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천막에 노조사무실을 차렸고 국회에 협조를 요청하고 고용노동부에도 고소·고발했다. 그랬더니 사용자쪽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사과문이 발표됐다. 노사 합동으로 부당노동행위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노조탈퇴를 종용한 이들에 대한 직위해제와 인사위원회 회부 등이 추진됐고, 이런 상황을 확인하면서 우리도 고소·고발을 취하했다. 이후 노조탈퇴는 이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사용자쪽은 개입하지 않았다고 한다. 믿고 싶다.”

- 탈퇴 영향은 크지 않나.
“오히려 노조가 단단해졌다. 보라. 지난해 쟁의행위 찬반투표 찬성률이 77.8%였다. 지난해 대비 조합원 20%가 탈퇴했다. 지금 상태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하면 99% 찬성으로 의결될 것으로 본다. 사용자쪽이 노조를 와해하려다 패착을 한 것이다.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들을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단단한 노조가 됐다.”

- 통상임금 소송도 그런 맥락인가.
“그렇다. 통상임금 소송을 추진할 때 소송인단으로 참여하는 수가 3천명이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2천명 정도가 현실적인 수준이라고 봤다. 아마 사용자쪽도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7천명이 위임장을 썼다. 감동스러웠다. 포스코의 노동자들이 변화를 택했다. 소송인단의 많은 노동자는 연차가 그다지 높지 않다. 저연차 노동자에게 통상임금 소송은 사실 큰 실익이 없다. 연차가 쌓일수록 통상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니까 그렇다. 그런데도 이들이 소송비를 납부해 가며 소송에 참여한 것은 그간 포스코의 낡은 문화에 움츠렸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참여한 것으로 본다. 그래서 감동이 있었다.”

자전거 사고 나면 자전거 없애는 ‘보여주기식’ 안전 그만

- 노조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기대할 수 있는 게 산업안전보건 강화다.
“산업안전은 노조에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부친이 교통사고로 산재사망한 경험이 있다. 아픔을 안다. 포스코는 산재가 많은 사업장이다. 형식적 안전관리 때문이다. 수년 전 탄소중립을 해야 한다며 제철소 내 자전거 보급을 사용자가 추진했다. 그런데 자전거 사고가 한번 나니까 제철소 내에서 모든 자전거를 없애라고 했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자전거를 탈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안전문화를 교육해야 하는 것 아니겠나.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사고 났다고 고속도로를 없애나. 이런 낡고 경직된 문화가 있어 사고가 난다. 특히 제철소가 오래돼 부식된 설비가 있는데 교체하지 않는다. 정비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저 보여주기식의 산업안전 행정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산업안전 정책이 자리 잡아야 한다.”

- 철강노조협의회에도 가입했다.
“아직 준회원이다. 미중 무역갈등 등 다양한 국제적 여건 변화로 각국 무역시장이 블록화하고 있다. 여기에 탄소중립을 위한 제철업의 부담도 크다. 이런 대목에 노조가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철강은 한국 산업의 기반이다.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소환원제철 같은 투자도 필요하지 않겠나. 정부가 이런 대목에서 철강산업에 주목하고 노조와 대화해야 한다. 임급협상을 정부랑 하자는 게 아니다. 산업을 유지하고 포스코가 계속 발전해 노동자의 근로조건도 지키고 무엇보다 일자리를 지키자는 이야기다.”

- 조합원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올해 임금협상이 쉽지 않다. 지난해를 교훈 삼아야 한다. 사용자쪽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임한다면 우리도 결단을 해야 할 때가 온다. 조합원의 참여를 바란다. 힘이 된다. 위원장이 가장 먼저 나설 테니 조합원도 참여해 달라. 그래야 포스코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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