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중략)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아침이슬 중에서)
‘아침이슬’ ‘상록수’ 등을 지은 작곡가·가수이자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30여년 이끈 김민기 씨가 위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73세.
22일 문화계에 따르면 김민기 학전 대표는 위암 증세가 악화해 항암치료를 받던 중 지난 21일 오후 눈을 감았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4일 오전 8시다.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고인의 대표작인 ‘아침이슬’은 유신정권에 의해 금지곡이 된 이후 70~80년대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상징적인 노래가 됐다. 유신정권 말기인 1978년 고인이 연출한 음악극 ‘공장의 불빛’은 동일방직 사건을 다뤘다. 고인의 노래는 한국 사회를 관통하며 변혁적인 사건을 만날 때마다 대학가와 노동현장, 그리고 거리와 광장에서 울려 퍼졌다.
고인은 1991년 학전 소극장을 개관해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등 연출활동을 펼쳐 오다 재정난과 위암 투병 등으로 올해 3월15일 폐업했다. 학전이 있던 자리에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아르코꿈밭극장이 들어섰다.
이날 고인에 대한 추모가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서 “역사는 선생님을 예술과 세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닌 영원한 청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SNS에 “그의 노래와 공연은 역경과 혼돈의 시대를 걷는 민중들에게 희망이었고 위로였다. 그는 음악으로 세상을 바꿨다”고 썼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늘날 아침이슬은 세대를 넘어온 국민이 애창하는 노래가 됐고, 국민을 탄압하고 자유를 억압한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사실, 역사는 생생히 증언한다”고 적었다. 금속노조는 추모성명에서 “김민기의 음악과 예술은 독재정권 시대의 암흑을 깨는 한줄기 빛이었고, 가난을 앞세워 노동자를 착취하던 시절 저항의 무기였다”고 추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