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노동자 100명이 다음달 6일 입국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노동자들이 묵을 숙소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11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필리핀 가사노동자는 다음달 6일 한국 땅을 밟는다.
필리핀 가사노동자 도입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5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정책 시행을 주문했다. 이후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2023년 말까지 필리핀 가사노동자 100명을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계획했다. 하지만 송출국인 필리핀과 협의가 늦어지면서 도입시기가 늦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필리핀 가사노동자는 다음달 5일 현지를 출발해 6일 입국한다. 하지만 관련한 준비는 미진한 상태다. 복수의 취재원에 따르면 아직 숙소도 확정 짓지 못했다. 서울시는 당초 서울 강남구 역삼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한 건물을 숙소로 계획했다. 가사노동자는 여러 고객의 집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동의 편의성과 이주노동자 관리의 효율성 등이 고려됐다. 하지만 높은 주거비용 탓에 최종 결정을 하지 못한 채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가사노동자가 입국하면 160시간의 교육을 거쳐, 정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인증기관 두 곳에 고용돼 일하게 된다.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의 적용을 받아 최저임금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다. 다만 보다 낮은 임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업체는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1주에 30시간 이상의 근무시간만 보장해 시간급으로 지급하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 9천860원 기준 월 환산급여 (소정근로 209시간) 206만740원에도 못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숙소비용을 공제하면 임금은 더 낮아질 수 있다. 고용허가제(E-9) 노동자에게 숙소 제공시 사업주는 월 통상임금의 최대 15%를 공제할 수 있다. 숙소와 식사 모두 제공하는 경우 월 통상임금의 20%까지 가능하다.
최영미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장은 “입국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아무런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숙소와 이동수단이 어떻게 준비되고 있는지, 숙소비와 점심식대, 교통비 등을 누가 부담하는지 충분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지부장은 “2023년 비혼 단신근로자 1인 가구 실태생계비는 246만원으로, 외국인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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