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위원회가 19일 발표한 대책에는 정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제공기관이 직접고용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1천200명을 내년 상반기 도입하고,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외국인 가사사용인 5천명을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일자리·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저출생의 구조적 원인이라고 짚으면서도 저임금 돌봄노동을 고착화하는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저출산고령화위는 “교육·돌봄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면서도 “외국인 가사관리사 및 외국인 유학생·외국인 근로자 배우자 등에 가사돌봄 취업 허용을 활성화하는 등 감소·고령화되는 국내 돌봄 인력난에 대응해 가정돌봄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가사관리사라 칭하는 이들은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가사근로자법)에 따라 정부가 인증한 가사서비스제공기관에 직접고용되는 이들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올해 9월 필리핀 가사노동자 100명을 도입하는 시범사업을 하기로 예정돼 있다. 정부는 당초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노동자 도입 시범사업 성과를 평가해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을 확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성과 평가는커녕 필리핀 가사노동자 국내 도입 전에 내년 도입 목표 인원을 못 박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가사사용인 확대 정책이다. 가사사용인은 가정 내 고용으로 현행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로, 최저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부는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외국인 근로자 배우자 등 5천명이 가사돌봄 시장에 취업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D-2, F-1, F-3)에게 취업 가능 업종을 확대해주는 방향으로 법무부가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저출산고령화위는 “민간기관이 해외의 사용 가능한 가사사용인을 도입·중개·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적인 돌봄체계를 강화한다면서 사적인 돌봄시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외국인 가사사용인) 이용자도 고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고 노동자도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상황에 대처하기 어려워지는 비공식 고용 방식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가정내 고용인만큼 가사서비스·돌봄 제공 과정에서 예측이 불가능한 위험에 놓일 가능성이 크기때문에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국인이 찾지 않는 돌봄노동 일자리 질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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